“무슬림 전도는 복음 들을 때까지 관계 맺는 게 중요”

입력 2017-02-22 00:03
소윤정 아세아연합신학대 선교대학원 교수가 이슬람권 난민 사역의 다양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슬람권 난민 사역은 현지 국가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난민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단기봉사팀이 더 많이 나가야 합니다.”

소윤정(45·여) 아세아연합신학대 선교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14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요르단과 이집트 등에서 단기선교 봉사활동에 참여한 뒤 갖게 된 생각을 이같이 밝혔다.

대학원생과 학부생 등 5명과 함께 참여한 그는 “요르단 거주 시리아 난민들은 떠나온 고향에 대한 향수와 풍토병으로 심신이 지쳐있었다”며 “피로를 호소하는 그들에겐 작은 사랑도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소 교수의 단기팀은 중동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을 활용, 시리아 난민 여성들에게 메이크업과 피부 마사지, 경락 마시지 등 다양한 봉사를 실시했다. 현장에서 만난 니캅(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덮는 가리개)을 쓴 무슬림 여성들의 만족도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들은 외국인인 소 교수 팀에게 마음을 열었고 쓰고 있던 베일까지 벗으며 자신의 집에 초대했다.

단기팀은 이렇게 난민 여성들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치유를 위해 기도했고, 점차 복음도 소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지 상황을 무시하고 무조건 집으로 찾아가 성경 말씀부터 전하는 것은 거부감을 넘어 종교경찰의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고 소 교수는 전했다. 요르단 정부가 극단주의 이슬람주의자와 기독교 선교사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르단 내 시리아 난민 상당수는 자타리 난민캠프 등을 떠나 수도 암만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다. 이들 중에는 시리아에서 중산층 생활을 하다가 난민이 된 뒤 하층민으로 전락한 사람들도 많다. 그는 “최근 주한 요르단 대사도 서울 온누리교회와 명성교회를 찾아가 도움을 호소했을 정도로 요르단 난민 사역은 긴급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 함께했던 단기팀 학생들은 무슬림과 만나며 그동안 갖고 있던 막연한 두려움과 오해를 풀었다”면서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자 하나님 사랑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소 교수는 이집트를 방문한 결과도 전했다. 이집트는 요르단보다 난민에게 복음을 전하는 게 더 자유롭다. 이집트 내 1300만명에 달하는 콥트 기독교인들의 영향 때문이다.

그는 “최근 카이로에서는 기독교도서박람회가 개최됐는데 현장에 가보니 ‘예수’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많은 무슬림들이 아랍어 성경과 신앙서적을 구입하는 것도 목격했다”며 “이집트에서는 시리아 난민에게 복음을 전하는 게 위법이 아니다. 선교사 추방 사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소 교수는 “현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문화적 배려 없는 단기 활동은 독이 될 수 있다”며 “단기팀이 짜놓은 일방적 활동이 아니라 현장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슬림에겐 무조건 복음을 제시해선 안 되며 그들이 복음을 들을 때까지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다. 마음을 여는 데는 단기팀의 봉사활동이 제격”이라고 덧붙였다.

양평=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