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거장’이란 수식어는 낯 뜨거워요. 연주자로 꾸준히 살아남아서 60∼70대에도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스타 피아니스트 김선욱(29)이 베토벤의 3대 피아노 소나타를 담은 새 음반 ‘비창, 월광, 열정’ 발매 및 3월 독주회를 앞두고 언론과 만났다. 21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음악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선욱은 “매년 신동이나 영재로 불리는 콩쿠르 우승자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60∼70대까지 무대에 남아있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긴 시간을 견디며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이룬 아티스트에게 우리는 비로소 ‘거장’이라는 명예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장으로 남으려면 30∼40대를 어떻게 보내는지가 중요하다. 자신만의 음악을 찾아가는 애매모호한 이 시기에 그저 열심히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모든 음악가가 불확실성의 연속을 잘 이겨내는 게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새 음반은 베토벤에 대한 그의 애정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2006년 리즈콩쿠르 우승 이후 그가 유난히 천착한 작곡가가 바로 베토벤이다. 2009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 2012∼2013년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 2013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담은 첫 음반 등 매년 베토벤과 관련한 연주회와 음반 녹음이 빠지지 않는다. 그는 “이번 음반에 대해 ‘또 베토벤이냐’고 말씀하시기도 한다. 하지만 베토벤의 음악은 연주자에게 기본이자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난 10년간 베토벤 곡을 많이 연주했는데 그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하나의 겹이 쌓였다. 연륜이라는 것은 결국 그 겹들을 쌓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고 답했다.
영국 런던에 거주하며 한국과 유럽을 오가는 그의 일정은 올해도 빡빡하다. 3월 16∼18일 과천·인천·서울에서 열리는 음반 기념 독주회와 11월 세계적인 베이스 연광철과의 독일 가곡 연주회가 눈길을 끈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시절 성악 전공하는 친구들의 반주를 맡은 적은 많지만 프로 연주자로서 성악가와의 작업은 처음이다. 피아노 소나타 같은 절대음악과 달리 성악곡은 즉흥성이 많이 요구된다. 성악가의 컨디션에 따라 매번 다른 연주가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곡은 피아노와 성악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하는 흥미로운 작업이다. 미지의 세계지만 연광철 선생님에게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지휘자에 대한 꿈도 다시 확인됐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지휘자에 대한 희망을 밝혀 왔고, 영국 왕립음악원에서 피아노와 함께 지휘를 공부했다. 영국 본머스 심포니의 상주 음악가였던 그는 2015년 협연을 마친 후 앙코르에서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중 ‘그랑 파드되’를 직접 지휘하기도 했다.
그는 “나이 들면 지휘자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했었다. 하지만 피아노와 지휘 경력을 동시에 쌓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지금은 피아노에만 집중하고 있다”면서 “지휘는 기회와 여건이 된다면 즐겁게 도전해보고 싶다. 마침 본머스 심포니에서 다음 시즌 콘서트 하나를 지휘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왔다”고 전했다.
글=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피아니스트 김선욱, 내달 16∼18일 새 음반기념 독주회 “열심히 살아 노년에도 무대 서고 싶어”
입력 2017-02-21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