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3.0’ 연다… 작은교회 목회자들 뭉쳐서 대안 모색

입력 2017-02-22 00:04
교회3.0연구소 임시이사장인 이기우 서울 감람교회 목사가 20일 회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설립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감람교회 제공

20일 저녁 서울 강남구 논현로 감람교회(이기우 목사) 예배실. 50여명의 목회자들이 강의를 듣고 있었다. 제목은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의 ‘교회 환경의 변화와 바람직한 교회 생태계’였다. 정 교수가 1시간 가량의 강의를 마치자 목회자들의 코멘트가 이어졌다.

“자기 교회 외에는 무관심한 한국교회의 폐쇄 구조는 결국 목회자들의 잘못 아닌가. 자기 위주의 목회가 문제다.”

“‘가나안 성도’ 중에는 결혼한 뒤 불신자 집안 분위기 때문에 교회에 못나오거나 이사를 가면서 교회를 떠난 사람들이 많다. 이들을 위한 대책은 없나.”

미자립교회에 다니는 성도와 목회자들의 자존감이 너무 낮다는 얘기도 나왔다. 한 목회자는 “예배당 규모나 크기로 교회를 분류할 게 아니라 ‘환경이 어려운 교회’ ‘환경이 넉넉한 교회’로 나누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참석한 목회자들은 모두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소속 목사들. 이들은 시대와 교회를 향한 고민을 나누고 실제적인 지원과 연구, 네트워크를 통한 연대를 위해 가칭 교회3.0연구소를 설립했다. 교회3.0은 닐 콜의 ‘교회3.0’에서 그대로 따왔다. 1.0이 초대교회, 2.0은 모더니즘에 기반한 현대교회를 지칭한다면, 3.0은 포스트모던 시대에 교회의 본질과 사명을 찾자는 운동이다.

연구소 임시이사장을 맡은 이기우 목사는 “어떻게 하면 교회를 건강하게 갱신하고 성장시킬 것인가 하는 목회자들의 고민에서 시작했다. 4년 전 출범했던 ‘강남포럼’이 기초가 됐다”며 “이 시대에 살아가는 목회자를 돕고 연대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정관에 따르면 연구소는 기감 목회자들의 목회활동 지원과 연구, 협력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연구 활동과 포럼 개최, 나눔 사업과 기타 활동을 전개한다. 특히 감리교는 미자립교회 목회자에 대해 이중직을 허용하고 있는 만큼 이들 목회자를 위한 직업군 개발과 지원 활동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연구소 회원 목회자들은 모두 기감 서울남연회에 소속돼 있다.

최효석(무지개언약교회) 목사는 “한국교회 현실은 대형교회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작은 교회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며 “교회 살리기는 결국 목회자 살리기이기도 한데, 연구소는 목회자에게 영성 강화를 위한 다양한 자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이 시대에 적응하는 툴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소 회원들의 면모도 다양했다. 회원 30%가 목회학 박사(DMin) 출신이며 연령대는 30∼60대로 다양했다. 학교나 지역사회, NGO 등에서 기관 목회자로 활동하는 목회자들도 많아 자체 연구 활동을 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대안도 제시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연구소는 회원들의 인적 자원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교회의 본질적 사명 추구를 위한 연구 활동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중직 목회자를 위해서는 택시기사나 택배, 세차 등의 단순노동보다는 국내성지순례 해설사나 장례지도사 등 목회자로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직업을 개발해 소개할 예정이다.

이기우 목사는 “감리교 목회자의 장점은 연대의식”이라며 “목회자 네트워크를 구축해 건강한 목회 생태계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