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면서 겪게 마련인 도덕적 딜레마가 가슴을 파고드는 영화를 봤다. ‘패신저(Passengers, 모튼 틸덤, 2016)’. 공간적 배경은 식민지 행성을 향해 날아가는 우주선이다. 승객 5000명과 승무원 250여명이 동면 상태로 타고 있다. 목적지까지는 우주선 시간으로 120년. 그런데 앞으로 90년쯤 더 가야 할 시점에 동면기계 고장으로 젊은 남자가 깨어난다. 1년 이상 혼자 지낸 남자는 외롭게 살다 죽어가야 할 운명에 절망한다. 그러다 동면 중인 여자를 본다. 여자가 작가임을 안 남자는 그의 글을 모두 찾아보면서 흠뻑 빠져든다. 남자는 고민한다. 여자를 깨울 것인가, 말 것인가. 깨우면 자기는 좋겠지만 여자의 인생을 빼앗는 셈이다. 하지만 혼자 몇 십년을 살아가기에는 삶이 너무 외롭고 처절하다.
고심 끝에 남자는 여자를 깨운다. 여자는 자신도 기계 고장으로 깨어난 줄 알고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던 중 앤드로이드 바텐더가 여자에게 사실을 토설한다. 저 남자가 당신을 깨웠다고. 여자는 분노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딜레마가 이번엔 여자에게 발생한다. 남자가 다시 동면에 들어갈 방법을 찾아냈으나 오직 한 사람만 가능하다며 여자에게 원하면 다시 동면하게 해주겠다고 제안한 것. 혼자만 동면에 들어가 한때 사랑했던 남자를 홀로 남겨둘 것인가. 아니 사랑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인간적 측면에서 그래도 좋은가.
시간 죽이는 영화만 보지 말고 때로는 이런 진지한 문제도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사족, 영화는 두 대목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영감을 받았음을 보여준다. 동면하다 남자에 의해 깨어난 여자 이름이 오로라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이름이다. 남자가 깨어난 여자를 데리고 우주 유영을 나갈 때 무서워하는 여자에게 말한다. “나를 믿나요?” 이 대사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에서 알라딘이 재스민 공주를 하늘을 나는 마법 양탄자에 태우며 하는 말이다.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110> 도덕적 딜레마 성찰하기
입력 2017-02-21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