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암살된 김정남의 아들인 김한솔(22·사진)이 20일 밤 말레이시아에 입국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김한솔은 아버지 시신을 확인하고, 유족 자격으로 시신을 인계 받기 위해 말레이시아에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이 요구해온 김정남 시신을 김한솔이 인계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암살 사건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현지 매체 더스타와 중국보(中國報) 등에 따르면 김한솔은 이날 마카오에서 에어아시아 AK8321편을 타고 오후 7시30분(한국시간 오후 8시30분)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로이터통신은 김한솔이 곧바로 아버지 시신이 안치된 병원 영안실로 향했다고 전했다.
김한솔은 김정남과 둘째부인 이혜경 사이의 1남 1녀 중 첫째다. 김한솔은 적법한 아들 자격으로 아버지의 사망을 확인하고 시신을 인계해가기 위해 중국 등을 통해 말레이시아 당국과 접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누르 라싯 이브라힘 말레이 경찰청 부청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김정남의 가족이 원하면 시신을 인도하겠다”면서 가족이 DNA 샘플을 제출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이 김정남의 시신을 내놓으라고 요구한 데 대해 가족이 우선적으로 시신을 인계받을 권리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김한솔은 우선 병원으로 가 육안으로 아버지의 시신을 확인한 뒤 부자(父子)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DNA 샘플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샘플 대조에서 자식으로 확인될 경우 김한솔이 원하는 일시 및 방식대로 시신을 인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시신을 주 거주지인 마카오로 가져갈지 아니면 또 다른 제3국으로 가져갈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한솔이 시신을 인계할 경우 북한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사망자(김정남)가 북한 외교관 여권을 지니고 있던 점을 들어 시신을 북한으로 인도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김한솔에게 시신이 인도된다는 것은 사망자가 김정남임을 말레이시아 당국이 공식 확인한다는 의미다. 이는 사망자가 김정남이 아니라고 한 북한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아울러 ‘백두혈통’인 김정남의 시신을 역시 ‘백두혈통’인 김한솔이 인수해갈 경우 향후 김한솔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간 적자(嫡子)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특히 중국이 신변을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한솔이 아버지 김정남과 마찬가지로 김정은 정권 붕괴 시 ‘대안’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해 나갈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김정은이 이복형에 이어 조카까지 제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쿠알라룸푸르=신훈 기자
zorba@kmib.co.kr
김한솔, 시신 인수 위해 말聯 입국
입력 2017-02-20 21:35 수정 2017-02-21 0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