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사이에도 주거 격차가 크다. 월세 70만원 이상의 고급 오피스텔이 있는가 하면 18만원짜리 원룸도 있다. 대학 위치가 강남·강북인지에 따라 차이도 있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로터리 인근의 한 오피스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0만원인 이곳은 대학로 인근에서도 비싼 축에 속한다. 성균관대생 김모(27)씨는 이곳에서 4년 동안 아무런 불만 없이 살고 있다. 조명이나 환풍기 등 잡다한 문제가 생길 경우 집주인은 수리기사를 불러줬다. 창문이 커서 채광도 잘됐다.
걸어서 6분 거리인 성대 후문 인근 명륜동에 사는 전모(27)씨는 상황이 다르다. 보증금 300만원에 월 30만원씩 내는데, 집 주변에 공사장이 있어 소음에 시달린다. 건물은 오래돼서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에어컨도 없다. 역대 가장 더웠던 지난해 여름 전씨는 갖은 고생을 했다. 요즘에는 추위 때문에 자주 잠을 깬다.
한 번은 창문이 고장 나서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 전씨는 집주인에게 고쳐달라고 요구했지만 집주인은 들은 체 만 체했다. 오히려 “월세 얼마 하지도 않는데 그냥 살라”는 핀잔만 들었다. 결국 전씨가 직접 창문을 고쳤다.
한강 이남에 있는 중앙대 인근은 주거 격차가 더 뚜렷했다. 지하철 7호선 상도역 인근의 한 오피스텔은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가 60만∼100만원이다. 지하철역까지 1∼2분밖에 걸리지 않는 초역세권이다. 집 뒤편에 있는 초등학교는 밤에 산책할 수 있도록 운동장을 개방하고 있다. 층마다 CCTV가 설치돼 있어 보안도 철저하다.
박모(27·여)씨가 1년 넘게 살았던 인근 흑석동 반지하 원룸과는 딴판이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25만원이었던 반지하방은 비만 오면 빗물이 넘쳐 들어왔다. 비 오는 날이면 외출을 하지 못했다. 요리를 하면 연기가 가득해져 편의점 음식을 주로 사먹었다. 박씨는 “학교에 다니면서 돈을 벌어야 했는데 한달에 50만원 마련하기도 힘들었다”며 “30만∼40만원 하는 방은 아예 생각도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인근의 한 주택은 집 안에 있는 방 6개를 세로 내주고 있다. 보증금은 없고 월세 18만원씩이다. 학교에서 집까지 가려면 으슥한 골목 몇 개를 거쳐야 하고, 화장실에는 세면대가 따로 없다. 공용부엌은 반지하에 있다. 빨래를 널 공간이 마땅치 않아 부엌에 빨래를 널기도 하지만 볕이 잘 들지 않는다.
인근 자취방에 사는 프리랜서 권모(24·여)씨는 “여유 있고 쾌적한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며 “돈을 더 모아서 눈치 보지 않고 TV도 보고, 음악도 크게 틀 수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청년들의 주거권 문제는 곧 소득의 문제다. 홍정훈 참여연대 민생팀 간사는 “청년들의 경우 비싼 보증금, 월세를 감당할 자산 형성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좋은 주거환경을 누리기 어렵다”며 “결국 대출에 의존하고 소득은 그만큼 줄어 주거권이 갈수록 열악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고 분석했다.
최예슬 기자
[& And 스페셜/청춘리포트] 월세만큼 주거환경도 확 다르네!
입력 2017-02-22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