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기독대 “신앙 정체성 불일치” 파면 vs 손원영 교수 “부당한 징계에 법적 대응”

입력 2017-02-21 00:00
손원영 서울기독대 교수가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 측의 파면 결정이 부당하다고 밝히고 있다.

기독교 신자의 불상 훼손 사건을 대신 사과하고 보상을 위한 모금활동을 했던 기독대학 교수가 파면을 당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기독대는 17일 이사회를 열고 신학전문대학원 손원영(52) 교수를 파면했다. 사건은 1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1월 중순 기독교 교인인 60대 남성 A씨가 경북 김천 개운사에 들어가 “절은 미신이고 불상은 우상”이라며 불상과 법구 등을 마구 부쉈다. 이 사건으로 개운사는 약 1억원의 재산피해를 입고 주지 등 승려와 신도들이 충격을 받았다.

소식을 접한 손 교수는 심한 수치심과 부끄러움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사랑과 평화의 종교인 기독교가 어떻게 폭력과 증오의 종교로 변질될 수 있는가’ 등을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교계에 용서를 구하는 글을 남겼다. 또 몇몇 지인과 ‘법당 복구를 위한 모금활동’을 펼쳤다. 100여명에게 260여만원을 모은 것이다.

그러자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회장 신조광 목사)는 교단 산하인 서울기독대 측에 손 교수의 신앙을 조사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또 이 대학 총동문회도 손 교수의 모금활동을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공식적인 손 교수의 파면사유는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의 신앙 정체성에 부합하지 않은 언행과 약속한 사항 불이행 등 성실성 위반’이었다. 이에 대해 대학 관계자는 “모금운동을 벌인 게 파면 결정의 주된 사유가 아니다”며 “여러 사안에서 건학이념을 지키지 않아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강평 서울기독대 총장도 “손 교수의 해방주의신학이나 수정주의신학은 스톤·캠벨 운동을 지향하는 서울기독대와 신학적으로 충돌한다”며 “학생들에게 자칫 신앙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며 선교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학교 측은 손 교수가 모금 사건과 관계없이 자신의 신학적 정체성에 대해 이 총장에게 사과하고 각서를 쓰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징계사유를 납득할 수 없다. 부당한 징계에 대해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개운사를 도우려고 모금한 행동을 학교 측이 우상숭배 운운하며 저를 파면한 것”이라며 “학문의 전당이자 양심의 보고인 대학에서 결코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학문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반(反) 헌법적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우리사회에 ‘종교평화’가 얼마나 중요한 지 국민 여러분께 알리고 싶다”고 했다.글·사진=유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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