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아버지 시신 확인 및 인수를 위해 현지를 찾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억지 주장을 펼쳐온 북한 측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암살 배후가 북한으로 확인되면 국제사회의 북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북한의 국제적 고립 역시 가속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북한은 그동안 사망자 ‘김철’이 외교관 여권을 소지한 북한 국적자로, 북한 당국이 시신을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말레이시아 경찰은 “가까운 유족에게 시신 인도의 우선권이 있다”는 입장이었다. 20일 밤 현지에 도착한 김한솔이 사망자가 아버지임을 직접 확인할 경우 “사망자는 김정남이 아닌 김철”이라는 북한 주장은 결국 거짓으로 드러나게 된다.
사건 발생국인 말레이시아와 북한은 김한솔의 방문으로 더욱 삐걱댈 개연성이 커졌다. 무리한 시신 인도 요구, 강철 대사의 잇따른 말레이시아 정부 비판 기자회견 등 막무가내식 대응이 계속되자 말레이시아 정부는 강경 대응 기조로 돌아선 상태다.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 초치에 이어 자국 대사 본국 귀환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는 이날도 “(이번 사건으로) 유일하게 혜택을 보는 것은 정치 스캔들과 사드 배치 문제에 휘말린 한국”이라고 억지 주장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한솔의 등장은 양측의 대립을 더욱 격화시킬 촉매가 될 수 있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교까지는 아니지만 비자면제 조치 재검토 등 불편한 관계가 오래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대아세안(ASEAN) 외교 역시 타격을 입을 개연성이 크다. 북한은 냉전시대부터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등 인도차이나반도 3국 및 인도네시아 등 비동맹 외교 거점국과의 외교를 중시해 왔다. 북한이 말레이시아를 지역 거점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동남아 국가와의 관계 역시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암살 사건을 계기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공조 그물망도 더 촘촘해지고 있다. 한·미·일 3국은 지난 16일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폐기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중국 역시 북한산 석탄 수입을 19일부터 중단한 상태다.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토록 하는 유엔 권고가 중국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으나 상황이 변할 여지가 생겼다. 코리 가드너 미국 상원 동아태 담당 소위원장 등 공화당 의원 6명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에게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위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사건 배후에 북한 정권이 있는 것이 확실하다. 응분의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모색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군도 대북경계 및 감시태세를 강화하고, 후방 지역 테러 대비에도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김현길 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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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아들 김한솔 말聯 입국에 北 억지 주장 정당성 잃어… 국제적 고립 등 ‘후폭풍’
입력 2017-02-20 18:38 수정 2017-02-21 0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