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잘생겼으면 ‘고비드’라 불린다. 황금비율을 이루는 외모가 다비드상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 배우 고수(39)는 그러나 미남 타이틀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껍데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단지 “친근한 배우로 남고 싶다”고 했다.
22일 개봉하는 영화 ‘루시드 드림’에서 보여준 그의 노력은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평범한 중년 남성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무려 몸무게 18㎏을 찌웠다. 배가 불룩 튀어나온 ‘아재’ 체형의 고수가 민소매 티셔츠 차림으로 등장했을 때 상영관은 일순간 술렁인다. “그거 아마 CG일 걸요(웃음)?”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고수는 해당 장면 언급에 멋쩍은 듯 농을 쳤다.
‘루시드 드림’은 대기업 비리 고발 전문 기자 대호(고수)가 계획적으로 납치된 아들을 찾으려 루시드 드림(자각몽)을 이용해 기억 속에서 단서를 찾아 범인을 쫓는 과정을 그린 SF 스릴러다. 아들이 사라진 뒤 처절한 3년을 보낸 대호의 내적 고뇌를 시각화하기 위해 고수는 기꺼이 체중을 늘렸다. 초반 신들을 찍은 뒤 다시 급격하게 살을 빼고 후반부에는 여윈 모습으로 등장한다.
고수는 “촬영할 때부터 홍보팀에 ‘체중 증감량은 노출하지 말아 달라’고 얘기를 했었다”며 “그건 배우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살이 찌니까 확실히 에너지가 많이 생기더라. 숨쉬기가 좀 힘들었지만 그것 또한 나쁘지 않은 것 같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생소한 소재. 더구나 상업영화 연출이 처음인 김준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설경구 강혜정 박유천 등이 합류했으나 극의 중심인 고수의 어깨가 무거웠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신선한 소재를 시도했다는 것만으로 박수를 쳐줘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영화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말이죠. 앞으로 더 다양한 소재의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절절한 부성애를 그린 작품이기에 더욱 공감이 갔다. 실제 고수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둔 아빠다. 2012년 2월 결혼한 그는 2015년 4월 첫 아이를 얻었다. 고수는 “아이를 잃어버린다는 극 중 설정은 입에 담기조차 싫을 만큼 꺼려졌으나 이 영화에 담긴 희망적인 메시지에 끌렸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고수는 가족 관련 이야기를 꺼내기 꺼려했다. ‘배우 고수’의 삶과 ‘인간 고수’의 삶을 분리시키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일할 때는 배우로서 이렇게 작품을 찍고 인터뷰를 하지만, 집에서는 그 나름대로의 생활을 열심히 한다”며 “아직까지는 그런 게 좋다”고 말을 아꼈다.
“아빠가 됐다고 해서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이 변한 건 없어요. 그래도 뭔지 모르게 달라지는 건 있겠죠? 관심사라든지 뭐 그런…. 한번 지켜봐주세요. 뭐든지 갑자기 확 변하지는 않으니까요.”
그의 최종 목표는 “추억과 삶을 공유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라고. “이름부터 너무 독특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편하게 부를 수 있어야 더 가깝고 편하게 느껴질 텐데…. 그냥 ‘수야’ 하고 편하게 불러줬으면 좋겠어요. (조각보다는) 사람냄새 나는 배우가 됐으면.”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고수 “고비드? 에이, 껍데기는 중요치 않아요” [인터뷰]
입력 2017-02-22 00:00 수정 2017-02-22 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