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리 가 봤어? 아방궁이 될 텐데. 10여채 지어서 큰 거는 VIP(대통령).”
2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14회 공판에서 이른바 ‘고영태 녹음 파일’이 재생됐다.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가 고영태씨 등 최씨 측근과의 대화 내용을 녹음한 이 파일을 두고 최씨 측은 “이번 사태의 진상(眞相)에 가장 근접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해 왔다. 국정농단 사태의 장본인은 고씨라는 주장이다.
이날 법정에서는 전체 파일 2300여개 중 30여개를 재생했다. 최씨 측 요청으로 녹음파일이 재생됐지만 “최씨에게 오히려 불리하다”는 검찰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많았다. 류상영 더운트 부장은 지난해 5∼6월 김 전 대표에게 전화해 “최씨 소유의 강원도 평창군 토지에 대통령 퇴임 후 사저로 사용할 건물 등을 여러 채 지을 것” “이번 정부에선 (인사 개입 등은) 다 가능한 일이야”라는 식으로 말했다. 류 부장은 또 “회장님(최씨)은 영태를 그냥 남자로 데리고 가고 싶은 거야. 다시 만나고 이런 건 사랑이라는 감정이 있기 때문이야”라는 말도 했다.
이런 내용이 등장하자 최씨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 해명했다. 그는 “류 부장은 고영태가 한 달만 써보자고 해서 처음 만난 사람”이라며 “평창 땅은 내가 경매 등으로 여러 차례 걸쳐 산 건데 이걸 VIP(대통령) 땅이라고 한 건 틀렸다”고 말했다.
양측은 똑같은 녹음 파일을 정반대로 해석했다. 검찰은 “녹음 파일에서 고씨는 최씨 지시를 받고 불만을 터트리거나 지시를 따랐지만 별 이득을 얻지 못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고씨 등이 재단을 장악하려고 했다는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최씨 측은 “고씨가 최씨 약점을 잡은 상태에서 ‘비리 사건으로 폭로를 마무리할 건가, 이 판을 키워서 정치 세력 교체에 이용할 것인가’ 논의하는 내용”이라며 “그걸 지금 검사님이 용기 있게 말씀하신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씨 측은 약 8시간에 걸친 재판이 끝날 때쯤 “진행 관련해서 말씀드리겠다”며 돌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최씨 측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최씨에 대한 접견금지를 두 차례 항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피고인 인격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금지로, 최소한의 접견을 허용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근 공개한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 간의 500여 차례 통화 기록에 관해서도 해명 기회를 달라고 했다. 최씨는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윤전추 비서관과 대포폰(차명폰)으로 사용(통화)한 적이 없다”며 “언니(최순득)가 한 차례 통화한 게 있는데, 내가 독일서 머물 때는 이 사건이 터진 시점이라 한국과 시간도 다르다”고 했다. 또 “지금 제가 우울증 등을 많이 겪고 정말 살기 힘든 상황임을 고려해 달라”고 울먹이기도 했다.
양민철 황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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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에 대통령 퇴임 후 사저 건물 등 여러 채 지을 것…”
입력 2017-02-20 18:24 수정 2017-02-21 0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