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 지지율이 급등하면서 차기 대선레이스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양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야권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선 문 전 대표의 대세론 확장과 안 지사의 상승이 동시에 벌어지는 기현상이 일어나는 중이다.
두 사람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직후 시작될 민주당 경선에서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을 예고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승자가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다수다. 전문가들은 두 사람의 장단점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만큼 민주당 경선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문 전 대표의 최대 장점으로 야권 대표성을 들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20일 “누가 뭐래도 문 전 대표는 야권의 선두주자이고, 야권 지지층의 의견을 가장 잘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제1야당의 주류라는 것이 문 전 대표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지금 모든 야권 세력이 문 전 대표 중심으로 뭉쳐 있다”고 강조했다.
탄탄한 대세론은 리스크 헤지(hedge)에도 유리하다. 김동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기획실장은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영입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문 전 대표는 30% 이상의 안정적인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탄핵 국면 이전부터 준비했던 구체적인 공약들, 노무현정부의 국정 경험 및 지난 대선 경험 역시 문 전 대표의 장점으로 꼽혔다. 높은 20대 지지율은 ‘문재인정부’의 정책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보험’ 성격도 지닌다.
안 지사의 가장 큰 장점은 중도·보수 진영을 아우르는 흡인력이다. 근간에는 대연정 등 협치 철학도 있지만 무엇보다 발언을 통해 드러나는 국정 예측 가능성이 꼽힌다. 이 교수는 “안 지사의 최대 장점은 논리적 일관성이다. 그 다음이 포용성”이라며 “일관성이 높다보니 문 전 대표보다 국민들이 안정감을 느끼면서 매력이 더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노 진영에 대한 다른 정치 진영의 반감에서도 한발 비켜서 있다. 김 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성장했음에도 친노가 갖는 폐쇄성·독단성이 없다고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안 지사 돌풍으로 인한 컨벤션 효과 및 정권교체의 수월함을 상승세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문 전 대표의 장점은 고스란히 단점으로도 돌아온다. 야권 대표주자 지위는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다. 노선의 선명함은 중도·보수 진영을 끌어안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다. 이 교수는 “중도를 포용할 수 있는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이것은 인물 호감도나 리더십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표 시절 공과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이 교수는 “본인은 당대표 시절 당을 혁신했다고 얘기하지만 과연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윤태곤 더모아 정책분석실장은 “문 전 대표의 정책은 촛불은 촛불, 안보는 안보, 경제는 경제 등으로 구분돼 있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채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안 지사는 고강도 검증을 받아본 적이 없다. 특히 전날 이른바 ‘선한 의지’ 발언 등 비(非)대중적 화법은 계속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김 원장은 “안 지사가 개방과 포용을 얘기하지만 오히려 화법은 대중을 가르치려 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같은 얘기를 길고 반복적으로 하지만 메시지는 불명확하다”고도 했다. 그는 안 지사의 정책·메시지의 구체성이 떨어지니 국민이 일단 호감을 갖더라도 이내 뒤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중도·보수 확장성은 역으로 지지 기반의 불확실성을 드러내고 있다. 전통적 야권 지지층은 그의 행보를 불신하는 성향을 보이고, 중도·보수 지지층은 여권 후보가 정해지면 이탈할 수 있다. 김 실장은 “전통적 지지층의 의구심, 문 전 대표에 비해 떨어지는 호남 지지율을 생각하면 현 상황에서 역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강준구 최승욱 정건희 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
[투데이 포커스] 문재인 야권 ‘상징 인물’ vs 안희정, 중도·보수 흡인력
입력 2017-02-2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