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가 20일 입수한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 차량 JD(유럽 수출용 모델 ‘씨드’) 검사 영상은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문이 잠기지 않는 현상부터 후진할 때 충돌 경고음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까지 사례도 다양하다. 오작동이 이어지지만 공장에서의 자체 확인 결과는 한결같이 ‘이상 없음’이다.
현대·기아차의 자체 점검 장치를 통해 검사하는 모습이 담긴 6개 동영상은 2014년 슬로바키아 공장 품질담당자가 촬영한 것이다. 분량은 짧게는 34초에서 길게는 1분45초까지다. 검사를 실시한 이유는 차량의 오작동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개별 영상은 안개등 점등 불량, 안전벨트 미착음 경고음 불량, 내부 도어 잠금장치 불량, 외부 도어 잠금장치 불량, 주차 버튼 및 후진 기어 경고음 불량, 도어 잠금장치 표시 등으로 분류돼 있다.
영상은 각각의 문제점을 실사로 보여준 후 차량을 제어하는 장치인 차체제어모듈(BCM·Body Control Module)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식으로 구성돼 있다. 해당 BCM은 대동 등 협력업체가 제작·조립한 것을 납품받은 현대모비스가 현대·기아차에 공급한 제품이다.
현지 공장에서 자체 점검 장치로 확인한 결과 6개 영상에서 모두 ‘불량 코드 없음(No Error Code Found)’이라는 결과를 보여줬다. 하지만 오작동은 계속됐다. 이에 장착돼 있는 BCM을 제거하고 다른 BCM을 끼면 각각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동작했다.
문제는 이러한 오작동이 소비자들에게 판매된 후 발생할 경우다. 입수한 영상에서 나타난 오작동 사례 중 문이 잠기지 않는 경우가 가장 큰 문제다. 영상을 보면 외부에서 스마트키의 버튼을 눌러 문을 잠가보지만 문은 열린 채로 있다. 도난 등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내부에서 차량을 잠가보지만 문이 잠기지 않는다. 뒷좌석에 탑승한 아이가 운전 중 문을 열었을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후진 중 경고음이 안 울리는 경우는 두 가지 위험을 동반한다. 보행자를 인식하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 여부가, 벽 등의 물체를 인식하지 못하면 차체 파손의 우려가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지만 동영상에서는 정확한 원인이 파악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이 오작동 원인 파악을 외부 전문가에게 의뢰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분석을 마친 외부 전문가는 “BCM에 사용한 반도체가 차량용이 아니다”는 결론을 내놨다.
세종=신준섭 기자
[현대차 부품 ‘부적합’ 의혹] 문 안 잠기는 등 오작동 많았지만 ‘이상 없음’ 판정
입력 2017-02-20 18:08 수정 2017-02-20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