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대상의 70∼80% 정도 조사가 진척된 것으로 본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관계자는 70일간의 1차 수사기간 만료 8일을 앞두고 수사 진행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특검법이 규정한 14개 수사대상 중 핵심의혹 해소에는 성과가 있었지만 여전히 풀지 못한 사안이 많아 활동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최순실씨 일가의 불법적 재산형성 과정과 삼성 이외의 대기업 수사, 비선진료 의혹 등이 미진한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연장 결정권을 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검의 요청을 수용할지는 아직도 불투명하다.
특검은 20일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그가 공개된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11월 14일 검찰 출석 이후 석 달여 만이다. 안 전 비서관은 그동안 헌법재판소의 증인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특검은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으로 불렸던 안 전 비서관을 상대로 청와대 비선진료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관계자는 “비선진료 의혹은 아직 조사할 게 많이 남았다”며 “특검 기간연장이 필요한 대표적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황 권한대행이 가급적 빨리 답변해주시면 남은 수사 기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 권한대행의 조속한 결정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이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 측은 “법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것 외에 추가로 말할 게 없다”고 했다. 수사기간 종료가 임박한 시점까지 결정을 내리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검은 기간연장이 불발될 상황을 염두에 두고, 특검이 매듭지을 사안과 검찰에 바통을 넘길 사안을 선별해 정리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SK 등 삼성 외 대기업 수사가 미진한 수사로 꼽힌다. 삼성과 박근혜 대통령 간 뇌물 보강수사에 전력하면서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다. 특검법이 수사대상으로 규정한 청와대의 SNS 불법사찰 의혹(13항)은 청와대의 압수수색 불승인으로 사실상 수사가 어려워졌다. 최씨 일가의 재산형성 과정(12항) 및 비선진료 의혹(14항)도 규명에 상당 시간이 추가로 필요한 사안이다.
특검은 지난해 12월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직후부터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해 왔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이미 상당부분 진척된 수사는 우선순위에서 제외했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 뇌물 혐의 규명에 수사력을 쏟았다. 대기업들을 강요의 피해자로 본 검찰의 논리 대신 박 대통령이 정점에 있는 뇌물사건으로 규정했다. 두 차례 시도 끝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했고,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박 대통령 대면조사 단계만 남겨둔 상황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최씨 딸 정유라씨 이화여대 학사농단 의혹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특검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을 구속 기소하며 문화계 지원배제 명단을 규명함과 동시에 청와대의 문체부 인사 부당개입 사실도 함께 밝혀냈다. 또 정씨 입시·학사 특혜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최경희 전 이대 총장을 구속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마무리 조사를 진행했다.
특검의 최대 난관 중 하나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은 수사 후반에 접어들어서야 가시적 움직임이 나타났다. 특검은 지난 19일 우 전 수석에 대해 직권남용·직무유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기간연장 불발 시 특검의 마지막 수사 분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 전 수석의 구속 여부는 2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거쳐 판가름 난다.
글=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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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20 17:51 수정 2017-02-21 0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