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주식시장도 고령화… 젊은 투자자들이 사라졌다

입력 2017-02-20 17:36 수정 2017-02-20 21:14

주식시장에 주름살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활발한 투자를 하기 마련인 젊은층이 발길을 돌린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은퇴인구가 급격하게 많아지는 것도 불안요소다. 주식시장에서 투자자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코스피 엑소더스’를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주식시장에서는 우량주를 보유한 젊은 주주의 비율이 크게 줄었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종목에 투자한 ‘30대 미만 주주’의 비중은 10년 전인 2006년보다 크게 줄었다. 일부는 ‘반 토막’이 났다.

삼성전자의 ‘30대 미만 주주’ 비중은 지난해 말 15.49%에 그쳤다. 2006년 말(33.11%)과 비교하면 절반 넘게 감소했다. 40, 50대 주주 비중이 48.44%(지난해 말 기준)에 이르는 것에 견주면 격차가 더 두드러진다. 네이버와 현대모비스 등 다른 주요 종목에서도 30대 미만 주주 비중은 10년 전에 비해 7∼20% 포인트가량 줄었다.

청년층이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는 가장 큰 이유는 여유자금에 있다. 주머니가 얇다보니 투자를 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청년층의 인구수가 앞선 세대보다 적은 것도 비중 감소를 부추겼다.

이런 현상은 주식시장에 적신호다. 대표적 위험자산인 주식에 활발하게 투자를 해야 하는 연령대인데, 정작 주식투자를 못하거나 안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생애주기에 따라 금융자산 보유 비중이 달라진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나이가 들면 주식 같은 위험자산을 매각하고,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옮겨간다. 우리 주식시장에선 40, 50대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이들이 나이를 먹으면 급격한 투자자 이탈마저 우려된다.

여기다 은퇴인구 폭증으로 국민연금이 투자한 자금을 빼내면 주식시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 추세라면 ‘인구절벽’이 본격화하는 2040년을 전후해 65세 이상 은퇴인구가 늘면서 주식시장에 본격적인 위기가 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현재 국민연금과 같은) 적립방식 연금은 인출에 연령 제약이 있기 때문에 은퇴와 동시에 인출단계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면서 “연금 운용 주식 등 위험자산이 연금지급 규모가 느는 속도만큼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충격에 대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고령층이 주식을 더 많이 보유할 수 있도록 세제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대로 연금을 특정 연령에 일괄 인출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보유 방식을 보다 자율화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미국의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 benefits)의 경우처럼 수령자 의사에 따라 70세까지 연금수령을 늦추는 게 일례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국가보다 인구 면에서 자본시장에 미칠 위험요소가 더 많다”면서 “지금부터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