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권교체 시도 미리 차단 의도”

입력 2017-02-20 18:45 수정 2017-02-20 21:12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체제의 대안세력을 사전에 제거해 정권 교체 시도를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또 “고위급 탈북자 등 체제 불만 세력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 성격도 있다”고 했다.

한 장관은 20일 국회 국방위의 김정남 피살 관련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같이 보고했다고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이 밝혔다. 한 장관은 간담회에서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인 공포정치는 북한 내부의 반감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체제 불안정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김 위원장은 전했다.

한 장관은 특히 북한 2인자인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최근 공식 석상에서 사라진 데 대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김정남 피살과 관련이 있을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최 부위원장은 북한 최대 명절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75주년 관련 행사에 모두 불참해 신변이상설, 대중(對中) 특사설 등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는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로 네오스티민, 청산가리, 리신, 테트로도톡신, 신경작용제 등 5가지 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다만 국방부 관계자는 “독극물 양이나 종류 등은 확인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김정남이 피살된 지 일주일 가까이 묵묵부답을 유지하다 돌연 강철 주말레이시아 대사의 입을 빌려 ‘음모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우방인 말레이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된 데 이어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마저 고조되자 나온 궁여지책이다. 북한은 앞으로도 각종 대외매체를 통해 “적대세력의 모략”이라며 남한 당국에 책임을 돌리는 억지 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남한은 물론 일본 등 다른 나라를 상대로 수십 차례 테러를 저질렀지만 자신들의 소행임을 인정한 사례는 손에 꼽는다. 북한은 김정남 사건과 관련해서도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넘어가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남은 외국인이 아니라 북한 국적이면서 내부적으로도 주민들에게 존재를 철저히 숨겨야 하는 ‘백두혈통’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