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국 내 기업 평판 42계단 급락

입력 2017-02-21 00:00 수정 2017-02-21 00:46
삼성이 미국 내 기업 평판지수에서 42계단 급락했다. 갤럭시 노트7 발화에서 이어진 판매 중단, 단종 사태가 1차 원인으로 꼽힌다. 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중 거론된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대내외 신뢰의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삼성은 20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이 발표한 2017년 미국 내 기업 평판지수에서 49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7위, 2015년 3위와 비교해 급격히 떨어진 수치다. 삼성은 2012년 13위, 2013년 11위, 2014년 7위로 꾸준히 상승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48위를 기록한 현대차에도 밀리는 평가를 받았다.

해리스폴은 지난해 11월 29일∼12월 16일 미국 소비자 2만363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했다. 평가 요소는 호감도, 재무성과, 제품과 서비스, 사회적 책임, 비전과 리더십, 근무환경 등 6개 항목이다. 지난해 어느 기업이 명성에 가장 많은 타격을 받았느냐는 질문에서는 5%의 소비자가 삼성이라고 답했다. 게다가 포승줄과 수갑을 찬 이 부회장의 모습이 전 세계로 보도되면서 삼성의 대외 신인도는 더욱 추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위기는 지금부터다. 삼성은 1심 재판이 예상되는 5월까지 최소 3개월은 총수 공백 상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공백이 무기한 연장될 수도 있다. 삼성 관계자는 “당장 2∼3개월 이후의 대비책을 마련할 정도로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기존 체제에서 현상 유지를 하되 기본적인 경영은 계열사별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매주 수요일에 열리던 사장단 회의는 22일부터 당분간 중단된다.

미래전략실의 기능도 당분간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2008년 삼성 특검 당시에는 이건희 회장 기소 직후 전략기획실(현 미래전략실)이 해체됐지만 지금은 이 부회장 구속으로 상황이 다르다는 게 내부 판단이다. 전례 없는 비상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계열사 간 의사소통이나 교통정리를 해줄 미래전략실의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

한편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이날 유일호 경제부총리와의 조찬간담회 후 이 부회장 구속에 대해 “동료 기업인으로 안타깝다”며 “빨리 수사가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약 590개 법안이 발의됐는데 407개가 규제법안”이라며 “교각살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