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측 대리인단의 헌재 재판정 소동… 재판 끝날 즈음 “변론 있다… 왜 함부로 진행하냐”

입력 2017-02-20 17:56 수정 2017-02-20 21:26

“지금 시간이 12시가 넘었는데, 제가 사실 당뇨가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인 김평우(72)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20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제15차 변론에서 이정미(55) 헌재소장 권한대행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권한대행이 앞서 오후 12시쯤 재판을 마치려 하자 김 전 회장은 손을 번쩍 들고 “변론할 게 있다”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이 어떤 내용인지 두 차례 물었는데 김 전 회장은 “당뇨가 있다” “어지럼증이 있어서 음식물을 조금 먹어야겠다. 시간을 주실 수 있나”라고 답했다. 점심식사 시간을 주면 오후에 변론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권한대행은 “그러면 다음 기일인 22일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오늘 꼭 하겠다”고 맞받았다. 이 권한대행이 “오늘 꼭 해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오늘 준비했으니까 하겠다. 점심을 못 먹더라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청석에선 실소가 터져 나왔다.

이 권한대행은 “재판 진행은 재판부에서 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김 전 회장은 “지금 하겠다는데 왜 막느냐. 12시에 변론 끝내야 된다는 법칙이라도 있나. 왜 함부로 재판을 진행하느냐”고 소리를 쳤다. 손에 서류를 들고 이 권한대행을 향해 흔들기도 했다. 오른편에 있던 서석구(73) 변호사가 말렸지만 막무가내였다.

이 권한대행이 “다음 기일에 충분히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항의는 계속 이어졌다. 김 전 회장은 재판관들이 퇴정한 후 안경까지 벗은 채 불만을 토로하다 헌재 방호원에게 제지당했다. 현장에 있었던 한 방호원은 “저런 변호사는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판사 출신인 김 전 회장은 소설가 김동리 선생의 아들이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으로 새로 합류한 정기승(89) 전 대법관도 변론에 출석했다.

50대로 보이는 한 남성 방청객은 변론 도중 박수를 쳤다가 퇴정당하기도 했다. 탄핵심판 변론에서 방청객이 퇴정당한 건 처음이다. 이 남성은 이 권한대행이 “박 대통령이 변론에 출석하면 신문을 받아야 한다”고 결정하자 박수를 쳤다가 퇴정당했다. 이 남성은 쫓겨나면서 “재판관이 공정해야지”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