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SNS는 또 하나의 강단… 표현 신중해야” vs “사적 공간… 개인의 생각 밝힐 권리 있다”

입력 2017-02-21 00:00
일러스트=이영은

최근 한 목회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성도들과 설전을 벌였습니다. 그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 시국에 대한 의견을 밝히면서 과격한 표현을 한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이 목회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기각을 바라는 글을 올리며 ‘탄핵을 주도하는 세력들의 입을 찢을 수도 없고’ 등의 표현을 썼습니다.

성도들은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발언이다. 목회자로서 덕이 안 된다”라며 비판을 했습니다. 그 목사는 “SNS는 사적 공간이며 내 개인의 생각을 밝힐 권리가 있다”고 응수하고는 성도들이 남긴 댓글을 지워버렸습니다.

많은 목회자들이 SNS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신앙 관련 칼럼을 올리거나 교회에서는 보여주지 못한 일상을 공개하며 성도들과 친밀해지는 효과를 얻기도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목회자들이 예상치 못한 표현을 하면서 논란이 생기기도 합니다.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를 지낸 김동호 목사는 지난달 서울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를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총신대가 지난해 말 오정현 목사의 합격 무효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사랑의교회가 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내면서 언급한 내용을 비난한 것입니다. 문제가 된 부분은 ‘교회갱신위원회와 총신대가 짜고 국내 3위의 교회를 흔든다’는 부분입니다. 당시 일부 언론에 이 내용이 보도되면서 사랑의교회에 대한 질타가 일기도 했습니다. 김 목사도 ‘국내 몇 위 교회부터 흔들면 되는 거냐’ ‘별 미친놈 다 보겠네’ 등의 글을 남겼습니다. 김 목사의 글에 동조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욕설까지 섞인 발언을 한 것은 경솔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습니다. 목회자의 언행은 그를 따르는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어디에서든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들이었습니다.

영국의 대표적 청교도 목회자였던 리처드 백스터(1615∼1691)는 ‘개혁된 목회자(The Reformed Pastor)’라는 원제를 가진 그의 저서 ‘참 목자상’에서 “목회자의 모든 언행은 일종의 설교”라고 강조합니다.

강단 위에서 사람들의 죄를 꾸짖고 경건을 강조해온 목사가 일상생활에서는 상스럽게 말하고 행동하며 폭력적인 언사까지 구사한다면 성도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그들은 강단을 ‘무대’로, 목회자의 설교를 ‘쇼’로 생각할지 모릅니다.

목회자도 사람이기에 순간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욕이나 거친 표현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SNS에서는 아닙니다. 각종 글 등을 올리는 순간 수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순식간에 불특정 다수에게 뿌려집니다. 어쩌면 그곳 역시 목회자들에게는 신중을 기해 말을 전해야 하는 또 하나의 강단일 수 있습니다.

글=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일러스트=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