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극물 검출 안되는 독살… KGB 수법

입력 2017-02-21 05:00
김정남을 암살한 수법이 신체에 독극물을 전혀 남기지 않을 정도의 고난도 기술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이르면 22일 김정남에 대한 부검 결과를 발표키로 예고한 상황에서 독극물의 단서를 얼마나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의미 있는’ 양의 독극물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수사가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

군사정보 전문가인 핑커푸는 19일 말레이시아 중문매체 중국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정남 암살 수법이 구소련 비밀경찰인 국가보안위원회(KGB)의 방식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정남 시신에서 독극물 성분이 검출되지 않고 심장마비로 인한 자연사로 보이는 것으로 볼 때 재부검을 해도 결과가 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나다에서 발행되는 칸와(韓和) 디펜스리뷰 편집장인 핑커푸는 “이번 암살이 김일성 일가의 심장병 병력까지 살펴 주도면밀하게 실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처럼 피살자가 10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죽는 동안 암살자는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갔고, 이후 의학적으로 ‘자연사’처럼 보일 수 있게 한 것은 사전에 철저히 기획된 살해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핑 편집장은 이 같은 고도의 암살 작전은 국가 단위의 기관이 동원돼야 가능하다고 강조해 북한 배후설에 힘을 실었다.

이런 암살 수법은 이미 냉전시대에도 비슷한 사례들이 등장한다. KGB는 1950년대부터 청산염 가스를 내뿜는 스프레이건을 사용해 요인을 암살하는 법을 고안했는데, 피살자가 가스를 맞으면 심장발작을 일으키기 때문에 마치 사인이 심장마비 자연사인 것처럼 위장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이런 암살수법은 1957년 10월 우크라이나의 민족주의 작가 레프 레벳을 망명지 독일 뮌헨에서 암살하는 데 활용됐고, 2년 뒤 우크라이나의 민족주의 정치가로 독일에 망명해 있던 스테판 반데라를 살해하는 데도 이용됐다.

한편 중국보는 20일 현지 경찰을 인용해 두 여성 용의자들이 독극물로 인해 통증을 느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전하며 이들에게 북한 국적 용의자 한 명이 의문의 ‘연고’를 건넸다고 덧붙였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