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선 주자들이 내놓는 공약들을 보면 우리나라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유토피아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일부 대선 주자들은 핀란드 등이 실험 중인 기본소득제를 들고 나왔다. 일하지 않아도 소득·재산에 관계없이 돈을 주겠다는 것이다. 아이 낳으면 산후조리비 100만원을 주겠다거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아동수당, 청년수당, 치매 국가책임제 등의 달콤한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대선 때 기초노령연금 인상 등에서 복지공약이 더 확대되는 양상이다.
복지는 달콤하다. ‘공짜 점심’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사회 안전망의 필요성이 증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빼앗는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 실업과 양극화 문제가 더 극심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복지 수요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재원이다. 박근혜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내걸었지만 허구임이 드러났다.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감면 축소, 재정 구조조정 등을 통해 복지 수요를 충당하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담뱃값 인상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증세했다. 대다수 대선 주자들이 복지 정책을 약속하면서 현 정부가 실패한 레퍼토리를 반복하거나 재원 대책을 얘기하지 않는 것은 국민을 기망하는 행위다. 올해 복지 예산은 전체 예산 400조원 가운데 3분의 1가량인 130조원에 달한다. 대선 주자들의 공약이 실현되려면 추가로 최소 수십조원 이상이 소요된다. 나랏빚이 6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현 세대만 잘 살자고 미래 세대에게 짐을 떠넘길 수는 없다.
이제는 복지 정책의 우선순위를 따져보고 어디서 어느 만큼 재원을 조달할 것인지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바른정당 대선 주자인 유승민 의원이 주장하는 ‘중(中)부담 중(中)복지’는 주목할 만하다. 유 의원은 세금을 더 내는 대신 탄탄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자고 제안한다. 다른 대선 주자들이 표 떨어지는 것을 우려해 조세저항이 상대적으로 적은 법인세 인상만을 얘기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약 19.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6.1%보다 낮다. 복지 수준도 OECD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낮다. ‘저부담 저복지’에서 ‘중부담 중복지’로 갈 것인지를 공론화할 때가 됐다고 본다. 이를 위해선 복지 패러다임을 다시 짜야 한다. 선별복지를 할 것인지, 아니면 보편복지를 할 것인지, 우선순위는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중복지를 원한다면 증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복지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대선 주자들은 선심성 복지정책만 내놓을 게 아니라 증세 방안도 함께 밝혀야 한다.
[사설] 대선주자들 복지공약 실현할 증세 방안 밝혀라
입력 2017-02-20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