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은행 신탁업 진출 기울어진 운동장?… 업권 구분 없는 종합운동장 필요해”

입력 2017-02-20 18:03

하영구(사진) 은행연합회장이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의 ‘기울어진 운동장’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불씨는 은행에도 신탁업 진출의 길을 열어줄 금융위원회의 신탁업법 분리 제정 방침이다. 이를 둘러싸고 황 회장은 “지점망을 갖춘 은행이 자산운용업까지 진출하려 한다”며 불공정 경쟁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 하 회장은 “신탁 업무는 은행·증권·보험업권이 공유하는 것”이라며 “업권 구분 없는 종합운동장이 필요하다”고 맞받아쳤다.

하 회장은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은행·증권·보험업권이 다함께 참여하는 독립적 신탁업법을 만드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한국의 금융시장을 은행은 축구장, 증권은 농구장, 보험은 배구장에서 뛰는 환경이라고 비유했다. 이어 신탁업을 증권업계 고유 업무로 남겨 달라는 황 회장의 주장에 대해 “축구장에 들어와 농구하는 것처럼 손으로 드리블하겠다는 것”이라며 “축구, 농구, 배구의 구분 없는 종합운동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탁업은 고객이 재산을 맡기면 신탁회사가 관리·운용해주는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주 업무로 한다. 이전에는 은행에서도 신탁업을 했으나 2007년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때 자본시장법에 포함되면서 증권사 고유 업무로 변했다. 이 때문에 은행은 자산운용사처럼 포트폴리오를 만들지 못하고, 남들이 만든 상품을 그대로 창구에 가져와 판매만 대행하고 있다.

서울대 무역학과 선후배 사이인 황 회장(71학번)과 하 회장(72학번)은 증권사 법인결제업무 금지 규제,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업권의 이해가 갈린 사안마다 설전을 이어오고 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