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면세자 축소 올해도 감감… 대선 앞 정치권 논의 ‘뚝’

입력 2017-02-21 05:01

올해도 전체 근로자의 절반 가까이는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만 해도 근로소득 면세자 비율을 줄이는 방안이 적극 검토됐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조기 대선 국면이 펼쳐지면서 정치권에선 관련 언급이 사라졌다. 정부도 선제적으로 논의를 개시하기에는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20일 ‘2016년 국세 통계연보’를 분석해 보면 2015년 전체 근로소득자 가운데 면세자 비율은 46.8%로 집계된다. 2013년 32.4%에서 불과 2년 사이 14.4% 포인트 급증했다. 한국의 면세자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소속된 주요국 가운데서도 높은 편으로 파악된다.

임금 상승과 면세자 비율 증가가 맞물리면서 실제 근로소득세를 내는 근로자들의 세금 부담은 꾸준히 느는 추세다. 2013년 200만원을 돌파했던 1인당 근로소득세는 2년 만에 100만원 넘게 증가해 2015년 300만원을 넘어섰다.

면세자 비율이 높아진 원인으로는 2013년 소득세법 개정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 증가가 꼽힌다. 당시 개정안은 연 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의 세 부담 증가 해소에 중점을 두고 자녀세액공제 확대, 출산·입양세액공제 신설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에 2014년 면세자 비율은 48.1%로 1년 만에 15.7% 포인트나 급등했다.

면세자 비율 확대에 따른 세 부담이 주로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증가하면서 소득 재분배에 다소 기여한 측면은 있다. 하지만 면세자 비율이 높은 것은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 원칙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많다. 장기적으로는 과세 기반이 약화될 우려도 높다.

국회는 2015년 4월 연말정산 파동을 겪은 뒤 정부에 면세자 비율을 축소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당시 정부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부대 의견으로 면세자 비율 감소 대책을 제출했다. 이 대책은 조세소위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고 결국 폐기됐다.

지난해 8월 세법에 대한 논의가 한창일 때도 각 정당은 면세자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정당마다 각론에서 이견을 보였고 결국 논의는 진전되지 않았다.

대선을 앞둔 올해도 정치권 입장에서는 면세자를 줄이자는 제안을 먼저 꺼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대선 주자 캠프 관계자는 “면세자 비율 축소가 국민들 사이에서는 증세로 인식될 수 있다”면서 “서민층에 조금이라도 부담을 주는 카드를 먼저 꺼내는 것은 현재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민정서상 조세저항 심리가 강하고, 면세자 비율 축소가 ‘부자감세’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세수 호황을 누린 정부도 면세자 비율 축소에 상당히 신중한 모습이다. 새 대통령이 선출된 이후 정권의 기조도 불투명하다. 정부는 면세자 비율을 줄이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한 전제라는 입장이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