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협력을 위한 정상 간 협의체인 G20이 올해 7월 8, 9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상호 연계된 세계 건설’을 주제로 개최될 예정이다. 최근 반세계화 물결과 신고립주의 대두 등 불확실성이 심화됨에 따라 이번 정상회의는 과거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금년에는 이례적으로 기존 경제장관회의와는 별도로 외교장관들이 독일 본에 모여 ‘세계질서의 구축-위기관리를 넘어선 외교정책’이라는 주제로 열띤 논의를 가졌다.
이번 회의에서는 개발협력, 평화의 지속화, 아프리카와의 협력이라는 세 가지 주제에 대해 논의를 가졌다. 우선 개발협력 분야에서는 작년 유엔에서 채택된 역사적인 2030 지속가능개발목표(SDG)를 달성하기 위한 G20 차원의 구체 방안을 협의하고, 정책적 노력을 조화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무엇보다도 금번 회의의 하이라이트는 평화의 지속화 세션이었다. 냉전 종식 후 유엔을 중심으로 수없이 많은 평화구축 방안이 시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도처에서 분쟁과 갈등이 빈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으로 작년 유엔이 채택한 ‘평화의 지속화’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가 초점이 되었다. 유엔은 더 이상 기존의 사후적 접근으로는 분쟁을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하에 사전 예방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유엔 평화구축위원회에 이러한 노력을 주도하는 임무를 부여하였다.
필자는 금년도 유엔 평화구축위원회 의장국 자격으로 선도발언을 통해 예방에 중점을 둔 문화 확산과 평화활동의 전 과정에 걸쳐 평화·개발·인권을 망라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정부·국제기구·시민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평화를 위한 연대(Coalition for Peace)’ 구축을 제안하면서 이들 주요 행위자들 간 가교 역할을 적극 수행해 나갈 것임을 표명하였다. 회의에서 또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상기 의제와 별도로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만찬 토론 세션이었다. 미국 신행정부 출범, 브렉시트, 강대국 간 역학관계 변화 등으로 인한 기존 다자 국제질서의 향방에 대해 참석국 간 격론이 벌어졌다.
필자는 규범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에 대한 대표적 도전 사례로 북한을 지목하면서, 유엔 가입 시 헌장상 의무를 수락하겠다고 약속한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통해 유엔 헌장과 안보리 결의로 대표되는 국제규범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습적 범법자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에 대해 다수 국가들이 공감을 표명하였다.
한편, 필자는 G20 외교장관회의와 뮌헨 안보회의를 계기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EU 등 주요국 외교장관과 유엔, IAEA 등 국제기구 대표와의 양자회담 및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을 연쇄적으로 갖고 전방위적인 북핵 외교를 펼쳤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첫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공동의 접근 방안’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협의를 가졌다.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는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를 강력 규탄하는 등 엄중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하였다. 중국 및 러시아와는 북핵 불용의 원칙 하에 안보리 결의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 전 세계 GDP의 87%를 차지하고 있는 G20은 이례적인 외교장관회의 개최를 통해 그간 글로벌 경제협력을 위한 최상위 협력체 역할을 넘어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외교적 공조 메커니즘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기고-윤병세] 불확실성 세계와 G20의 역할
입력 2017-02-20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