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타깃은 SK·롯데·CJ?… 재계 “쓰나미 오나” 후들

입력 2017-02-20 00:3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으로 재계 전반에 다시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당초 재계는 이 부회장이 불구속 기소되는 선에서 특검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가 많았다. 이 부회장을 방패삼아 SK, 롯데, CJ 등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재계 총수들이 특검뿐 아니라 이후 검찰 수사까지 조용히 넘어갈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이 부회장 구속으로 재계가 바라던 모든 시나리오는 물거품이 됐다. 이 부회장이란 방파제가 무너지면서 다른 재계 총수들도 특검이나 검찰 수사를 피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게다가 특검 수사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여론도 거세지자 재계는 “쓰나미에 휩쓸릴 수 있다”며 초조해하고 있다. 특검은 삼성 외 다른 대기업의 뇌물공여 혐의 수사는 수사기간 연장 여부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분위기다.

‘이재용 방파제’ 붕괴에 재계 비상

재계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 혐의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다른 대기업들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SK 회장과 이재현 CJ 회장은 사면을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댄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는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와 관련한 특혜 의심을 받는다. 특검이 연장되지 않더라도 대기업 수사는 검찰이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특검법에 따라 특검이 종결하지 못한 사건은 수사기간 만료일부터 3일 이내에 관할 지검 검사장에게 인계된다.

재계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차기 회장으로 추대하려고 러브콜을 보내온 손경식 CJ 회장의 거취도 불투명해졌다. 전경련은 삼성, SK, LG 등 주요 기업들의 탈퇴로 존폐 기로에 놓였지만 차기 회장 선임으로 쇄신을 꾀하고 있었다. 전경련은 차기 회장 자원자가 없어 손 회장에게 마지막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CJ도 특검이나 검찰 수사 대상으로 다시 부각되면서 손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맡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미전실 ‘해체’ 대신 ‘역할 강화’

이 부회장이 해체를 약속한 삼성 미래전략실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당초 삼성은 다음달 중 미래전략실을 해체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 구속으로 미래전략실은 삼성의 유일한 컨트롤타워로 남았다. 따라서 오히려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구속적부심이나 보석 신청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경영 공백이 장기화될 수 있다. 삼성 사장단 등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 신규 채용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상반기 채용은 규모나 사업별 인력 구성 등을 확정짓지 못해 3월을 넘길 전망이다. 이미 기한을 넘긴 임원 인사의 경우 조금 더 미뤄지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 부재로 대규모 인수·합병(M&A) 등 신성장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도 쉽지 않아 보인다. 다음달 말로 예정된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는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한 안건은 오르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19일 “앞이 잘 안 보이는 상황”이라며 “이미 결정된 사업은 그대로 가겠지만 계류 중인 안건에 대한 최종 결정은 사실상 못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 구속과 상관없이 삼성은 하만 인수, 갤럭시 S8 공개 등 예정된 일정들은 순조롭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만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와의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인수가는 80억 달러(약 9조2000억원)로 국내 기업의 해외 M&A로는 최대 규모다. 인수가 확정되기까지는 미국, 한국 등 반독점 규제 당국의 승인만 남았다. 차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 S8은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출시를 예고한 뒤 다음달 29일 별도 행사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지난 17일과 18일 이 부회장이 수감돼 있는 서울구치소를 찾아 면회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