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도 보호자도 간병 걱정 뚝!’
서울시 중랑구 소재 서울의료원(원장 김민기)을 대변하는 문구다. 지난 2013년 국내 최초로 보호자나 간병인 없이 환자가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안심병동’ 서비스를 자체 개발, 안착시키는데 성공한 병원이다.
서울의료원은 1977년 서울시가 일반 시민에게 질 높은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강남구 봉은사로(삼성동)에 세운 병원이다. 2011년 중랑구 신내로(신내동) 현재의 자리에 지하 4층 지상 13층 건물에 총 623병상을 갖춘 새 병동을 신축, 이전하면서 면모를 일신했다. 산하에 서울시동부병원과 북부병원, 용인정신병원을 거느리고 있다.
서울의료원은 서울 시민을 위한 공공의료정책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민간 병원이 관심을 두지 않는 진료 영역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환자안심병동(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과 생명문화버스 운영 등 국가의료정책의 안착을 위해 힘쓰는 것은 물론 저소득층과 장애인, 노약자, 외국인 근로자, 새터민(북한이탈주민) 등 의료취약계층을 돕는데 국내 어느 병원보다 앞장서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최초 보호자 없는 입원실 설계
요즘 서울의료원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의 전국 확산에 집중하고 있다. 애초 환자안심병동 사업을 개발할 때부터 서울 시민만 아니라 전 국민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지난해 10월 이 병원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선도병원으로 선정, 보호자 없는 환자안심병원의 롤 모델로 권장하고 있다.
서울의료원을 찾아와 보호자 없는 환자안심병동을 둘러보고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매뉴얼을 받아간 국내 병원이 서울대병원과 삼서울병원 전북대병원 등 각 대학병원을 비롯해 벌써 137곳에 이른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란 민간 간병인이나 가족 보호자가 아니라 병원 측 정규 간호진이 입원 환자가 필요로 하는 간호는 물론 간병 서비스까지 24시간 도맡아 해주는 제도다. 보호자가 개별적으로 병 수발을 위해 환자 곁에 붙어있지 않아도 된다. 환자가 입원하면 가족이 돌아가며 보조침상에서 새우잠을 자는 풍경을 없앴다.
서울의료원은 간호사들이 각 병실 내 모든 환자를 지켜보기 쉬운 장소에 위성 스테이션(구역)을 배치, 환자 상태에 따라 실시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장 간호사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간호구역에서 병실 내부가 잘 안 보이는 곳에는 볼록거울을 달아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조처했다. 서울의료원은 환자 측이 따로 볼 일이 있을 때는 병상 머리맡의 벨을 눌러 간호사를 부르는 비상호출시스템도 가동 중이다.
가족 중 아픈 사람이 있으면 병원비는 물론, 간병 부담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장기간 간병이 필요할 때는 보호자가 생업을 포기하고 환자 간병에 매달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래저래 경제적 부담은 커지기 마련.
그러나 서울의료원 이용자는 한 달에 약 240만∼300만 원에 이르는 사설 간병인 부담금을 45만 원선으로 대폭 절약할 수 있다. 일평균 최대 1만5000원 정도만 부담하면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 상담서비스까지
서울의료원에는 2인실 이상 상급 병실이 많지 않다. 병동의 90%가 5인실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역시 간호사 1명이 환자 7∼8명을 담당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보호자 없는 환자안심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은 주사, 기도관리(가래배출) 간호, 단순 드레싱, 욕창 간호 등 전문 간호 영역뿐만 아니라 간호조무사 등의 도움을 받아 개인위생, 스스로 식사가 어려운 환자의 식사 보조, 운동시키기 등의 서비스도 보호자에게 미루지 않고 직접 제공한다. 사회복지사를 투입, 입원 환자들에 대한 심리·경제 상담 서비스를 펼치는 경우도 있다.
서울의료원은 환자안심병동 사업 도입 초기에 과중한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적잖은 간호사들이 퇴사하는 아픔을 겪었다. 20대 초·중반의 젊은 여성 간호사가 간병업무까지 수행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서울의료원 경영진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의료진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헌신적인 협력과 합의를 이끌어내야 했다. 그 결과물이 현재 보호자 없는 환자안심병동,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의 국내 확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서울의료원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매뉴얼이다.
환자 만족도가 쑥쑥
보호자 없는 환자안심병동 사업 전인 2012년 86점에 그쳤던 서울의료원 입원 환자들의 만족도는 2016년 말 현재 91.7점까지 상승했고,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민기(54) 서울의료원 원장은 20일,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실시하면서 환자 만족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면서 “최근 퇴원 환자 27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6.6%가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서울의료원은 또한 간호사가 간병서비스까지 책임지고 수행하면서 입원 환자의 욕창 발생율이 25% 줄어들고 낙상과 투약오류 사고 감소율도 각각 60%, 44%에 이르는 등 좋은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민기 원장은
특유 뚝심으로 자체 개발 ‘환자안심병동’ 사업 성공시켜
김민기 원장은 1990년대 이후 서울의료원 격변기의 산증인이다.
김 원장은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립의료원을 거쳐 1994년 서울의료원 신경과 과장으로 부임했다. 서울의료원이 2011년 강남구 삼성동시대를 마감하고 중랑구 신내동에 현재의 새 병원을 신축, 이전해 정착하기까지 기획실장과 의무부원장, 의료원장으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신내동 시대를 열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당시 병원 주변 지역이 다 개발되지 않은 상태였고,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원주민들에게도 인지도가 낮아 경영에 어려움이 많았다.
김 원장은 이를 특유의 뚝심으로 자체 개발한 ‘보호자 없는 환자안심병동’ 사업으로 돌파했다. 필요성을 알면서도 간호사 수를 배 이상 증원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누구도 감히 시작하지 못했던 사업이었다.
장기 입원 만성병 환자 간병으로 지칠 대로 지친 시민들이 즉각 호응했다. 이를 계기로 외래 및 입원 환자도 꾸준히 늘기 시작했다. 2011년 39만여 명에 그쳤던 연간 진료환자 수가 2016년 72만여 명으로 늘어났다. 진료수익도 2.5배가량 늘었다.
김 원장은 이 사업 성공으로 2013년 ‘최고의 서울시 정책상’을 받았고, 2014년부터 3년 연속 공공병원 운영평가 전국 1위에 오르는 등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일자리 창출 유공자로 고용노동부장관 표창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병원에서 보호자가 밤을 새워가며 환자를 간병하는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잘못된 간병문화이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의료 왜곡입니다. 간병으로 인한 사회적, 개인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하루빨리 보편화돼야 합니다.”
김 원장의 소신이다. 그는 “병에 걸린 시민을 치료하는 일만이 아니라 병의원 이용 시 시민들이 불편하지 않게 잘못된 의료여건을 개선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현재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운영이사, 남북의료협력재단 이사, 대한병원협회 상임이사, 서울이주여성쉼터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명의&인의를 찾아서-(101) 서울의료원] 보호자 없는 ‘환자안심병동’ 국내 최초로 안착시켜
입력 2017-02-20 19:06 수정 2017-02-21 1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