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새 학기,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에게 학교생활이란 후기 아동기의 직업을 갖게 되는 것과 같다. 아이가 장차 독립적인 삶을 살기 위한 첫 단추를 잘 꿰고 있는지 한번쯤 점검해봐야 하는 이유다.
학교를 다니게 되면 익숙한 가족과 떨어져 상당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독립성, 또래관계, 선생님과의 관계, 수업 듣는 태도,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 정도, 숙제 완성 능력, 알림장 쓰기, 준비물 챙기기 등 다양한 능력을 키우면서 동시에 정서적으로도 성장한다. 또 학습 능력 및 주의집중력, 작업 기억력 등의 전두엽 뇌기능을 포함한 인지 기능을 비롯해 사회성과 충동조절, 대인관계 형성 능력, 정서적 공감능력 등을 키운다.
이를 위해선 아이가 학교생활을 큰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게 돕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의 지나친 기대로 인한 압박감 때문에 불안, 우울, 좌절감을 느끼는 아이도 있고, 또래와 어울린 경험이 부족했던 아이들은 또래 관계로 힘들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별다른 좌절감 없이 자기 위주로만 유아기를 보낸 아이라면 상황에 따라 주위에 대한 배려 없이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작은 좌절도 견디지 못해 선생님이나 또래들, 환경 탓을 하고 불쾌해 할 수도 있다.
좋은 부모가 되려면 자녀가 학교를 들어가서 지낸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많은 능력과 든든한 마음가짐을 요구하는지 미뤄 짐작하고 슬기롭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학교라는 단체생활에 왜 쉽게 적응을 하지 못하느냐고 다그치거나 학교 규칙을 몸에 배게 하려고 아이를 압박하지도 말아야 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일어나는 엄청난 변화를 잘 겪어내는 아이를 기특하게 여기고 수시로 격려해줄 필요가 있다. 집과 다른 학교 환경에 아이가 새롭게 적응해 나가는 동안 겪는 실수와 자잘한 문제들을 잘 견디고 극복할 수 있도록 옆에서 묵묵히 기다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단체 생활에 꼭 필요한 인내와 희생, 배려를 소중하게 여길 수 있게 해주는 게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글=조아랑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삽화=이은지 기자
[헬스 파일] 초등학교 입학 아이 정신건강
입력 2017-02-20 1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