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13월 폭탄’ 연말정산… 올해도 부글부글

입력 2017-02-20 05:00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8년차 직장인 이모(35)씨는 지난해 귀속분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을 최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이씨는 세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는 연말정산 결과를 올해 처음 받아봤다. 그간 최대 80만원까지 환급받으면서 나름 ‘13월의 보너스’를 챙겼던 그였지만 올해는 무엇 때문에 ‘환급’에서 ‘징수’로 바뀌었는지 파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연말정산 제도가 너무 복잡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정부의 세수가 풍년이라는 소식을 들었던 터라 박탈감이 더 컸다.

직장인 김모(47)씨는 입사 이래 가장 적은 액수의 연말정산 환급금을 올해 받을 예정이다. 2014년 귀속분만 해도 240만원이었지만 2015년에는 80만원으로 줄었고, 2016년분은 30만원으로 급감했다. 김씨는 “혼자 살 때도 이보다는 많이 (환급)받았다”며 “국정농단 사태를 보면서 내가 꼬박꼬박 낸 세금이 허튼 곳으로 흘러갔다는 생각에 울화가 치민다”고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환급액이 전년에 비해 크게 줄거나 오히려 더 내야 하는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2014년에 바뀐 세제, 즉 일단 많이 떼고 남는 돈을 돌려주는 개념에서 적게 떼고 적게 돌려주는 개념 때문에 생긴 일종의 ‘착시효과’라고 말한다. 하지만 가뜩이나 물가는 오르고 월급은 안 오르는 상황에서 ‘13월의 세금폭탄’을 맞은 직장인들은 정부가 세금을 더 거둬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하고 있다.

연말정산 환급액이 전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는 지적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9일 “지난해 제도가 바뀐 부분은 없기 때문에 연말정산 시스템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결정세액, 기납부세액 등 근로소득 징수 내역을 확인해보면 대부분은 문제가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소득·지출 규모, 공제 항목 등이 바뀌면서 개인차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촛불민심’으로 나타난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도 연말정산 내역과 관련한 불만에 반영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지난해 세수 호황을 누렸다. 2016년 세수는 추경안 대비로 9조8000억원을 초과했다. 2015년보다는 24조7000억원이 증가하면서 전년 대비 증가 규모로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유리지갑’ 월급쟁이들이 내는 근로소득세는 지난해 사상 처음 30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로는 14.6%(3조9000억원) 증가했다. 총 국세수입 증가율 11.3%보다 3.3% 포인트 높고, 임금인상률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연말정산의 각종 소득공제 항목이 2015년 대거 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직장인들이 적응을 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6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13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74.2%가 '연말정산 방식이 어렵다'고 답했다. 이들 중 33.0%는 '적응할 만 하면 법령이 조금씩 바뀌어서 어렵다'고 응답했다.

앞서 정부는 세법 개정 이후 2015년 세금 부담이 대폭 늘었다는 '연말정산 파동'이 벌어지자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평균상으로는 고소득자의 세 부담을 늘리겠다는 당초 취지에 맞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일부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완 대책을 내놓으면서 연말정산이 더 복잡해지기도 했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