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이재용 뇌물공여 혐의 연일 추궁

입력 2017-02-19 18:38 수정 2017-02-19 21:41
433억원대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지난 17일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사무실에 나와 어두운 표정으로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17일 구속된 삼성전자 이재용(49) 부회장을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연속 불러 뇌물공여 혐의 추가 조사를 이어나갔다. 수뢰 혐의를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를 위한 준비작업 성격도 띠고 있지만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19일 법무부 호송버스를 타고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 출석한 이 부회장은 황토색 수의 대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때 입었던 코트를 입었다. 흰 셔츠에 넥타이는 매지 않았다. 왼쪽 옷깃에 수용번호가 적힌 배지가 달렸다. 이 부회장 몸에는 포승줄이 둘러져 있었고, 두 손은 수갑에 결박돼 있었다.

이 부회장은 구속 이후에도 뇌물공여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61)씨의 강요·공갈 피해자라는 주장을 되풀이 중이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뇌물공여 혐의는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벌금형이 없기 때문에 유죄 판결이 나면 징역형을 피할 수 없다. 적용된 433억원의 뇌물공여액은 역대 최고로 집행유예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또 특검이 2차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추가한 재산국외도피죄와 금액을 올린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 등 다른 죄명의 형량도 높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혐의 부인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확보한 추가 증거로 향후 재판에서 혐의를 입증하기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9일 첫 구속영장 기각 이후 수사팀은 기존에 확보했던 디지털 증거와 삼성이 최씨 딸 정유라(21)씨에게 제공한 마필 구입 비용부터 전면 재검토했다. 여기에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39권이 추가 확보되면서 불구속 기소 방안까지 고려했던 수사팀 분위기는 반전됐다.

특검 관계자는 “이 부회장 승계를 위한 삼성의 전방위적 로비 흔적이 모자이크처럼 주르륵 나왔다”며 “영장을 재청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갔다”고 전했다.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난 12일 특검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이 부회장 승계 작업을 위한 로비라는 하나의 스토리로 증거들을 설명해냈다. 김 교수는 “특검이 1차 영장청구 때 삼성물산 합병이라는 특정 이벤트에 집중했다면 보강수사에서는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 전반을 포괄적 로비 대상으로 지목한 점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승계를 위한 방안으로 거론되던 지주회사 체제 완성이라는 큰 틀에서 금융지주회사 설립 등 로비가 필요했던 삼성의 약점들을 조목조목 짚어냈다.

오히려 특검은 촉박한 시간과 싸우고 있다. 1차 수사 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28일까지 이 부회장을 구속 기소한다는 방침을 세운 터라 연일 특검에 불려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도 동시에 대비해야 한다. 이번 주 초·중반이 대면조사 시점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성사 여부는 더욱 불확실해졌다. 이규철 특검보는 “대면조사 일정과 관련해서는 아직 진전된 상황은 없다”고 말했다.

정현수 황인호 기자,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