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생떼’에… 말레이 정부 ‘강경’

입력 2017-02-19 18:51 수정 2017-02-19 21:51
노르 라싯 이브라힘(왼쪽) 말레이시아 경찰청 부청장이 19일 쿠알라룸프르 부킷 아만에 위치한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AP뉴시스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감안해 김정남 피살사건에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던 말레이시아가 강경 모드로 돌아섰다. 자국 법을 무시한 북한의 ‘생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언론에 따르면 탄 스리 칼리드 아부 바카르 경찰청장은 지난 18일 “북한은 말레이시아가 정한 법 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정남 가족의 DNA가 확보되지 않는 한 수사가 종결될 수 없다”고도 말했다. 유족의 DNA 자료를 가져와야 시신을 넘겨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의 17일 기자회견에 대한 맞대응이다. 강철 대사는 김정남 시신이 안치돼 있는 쿠알라룸푸르 병원 영안실 앞에 나타나 “우리가 입회하지 않은 채 이뤄진 부검 결과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기네가 반대한 부검이 이뤄진 것과 시신 인도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불만을 토해냈다. 또 말레이시아가 적대세력(한국을 지칭)과 야합했다고 비난했다.

앞서 아마드 자히드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16일 기자회견에서 “김정남 죽음의 북한 배후설은 추측일 뿐”이라고 말했고 절차에 따라 시신을 북한에 인도하겠다는 의향도 밝혔다. 그러나 부검과 시신 인도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강 대사가 원색적인 비난에 나서자 말레이시아 측도 ‘법대로 하자’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말레이시아의 언론 대응도 관련 기관들에 함구령을 내렸던 것에서 많은 정보를 흘리는 것으로 바뀌었다.

19일에는 현지 경찰이 첫 공식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원칙에 따른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어떻게든 빨리 사건을 덮으려는 북한과 대립하는 모양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