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핵심 실세로 꼽혔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9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차 수사기간 종료일을 9일 앞두고 던진 특검팀의 승부수다. 검찰 등 사정기관을 총괄하던 우 전 수석은 지난해 10월 경질된 지 약 4개월 만에 구속 위기에 놓였다.
특검팀은 이날 우 전 수석에 대해 직무유기, 직권남용, 특별감찰관법 위반,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청문회 불출석)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이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고의로 묵인·방조하고, 청와대 특별감찰관실의 미르재단 내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해 왔다. 우 전 수석은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5명이 좌천되는 과정에 개입한 의혹도 받는다.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은 지난해 8월 검찰에 그의 개인 비리를 수사 의뢰했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했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11월 검찰 특별수사팀에 소환됐지만 조사실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돼 공분을 사기도 했다. 특별수사팀은 우 전 수석을 사법처리하지 못하고 해산했고 우 전 수석은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간다는 뜻의 ‘법꾸라지’ 별칭을 얻기도 했다.
특검팀은 18일 우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9시간 동안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영장 청구는 우 전 수석이 19일 오전 4시40분쯤 귀가한 지 약 15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특검은 우 전 수석 재직 당시 최씨가 민정수석실 인사 자료를 건네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자료도 확보했다. 최씨가 우 전 수석을 통해 자료를 받은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해당 자료는 이철성 경찰청장(당시 경찰청 차장), 우리은행장, KT&G 사장 후보자 등의 이력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청장과 KT&G 사장 후보자 이력서에는 ‘민정수석실 검증 중’이라는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최씨는 자신의 에르메스 가방에 이 자료를 넣고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 조카 장시호씨는 지난해 7월 최씨가 없는 사이 가방에서 자료를 보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장씨는 사진을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직원 A씨에게 보냈고 출력도 했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자 출력본은 모두 폐기했다. 장씨는 특검 조사에서 이런 사실을 털어놨고, 특검팀은 이달 초 A씨로부터 사진이 담긴 외장하드를 제출받았다.
우 전 수석은 전날 소환 당시 취재진이 ‘최씨를 아직도 모르느냐’고 묻자 “모른다”고 쏘아붙이는 등 여전히 뻣뻣한 태도를 보였다. 우 전 수석이 구속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받게 될 압박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직권남용·직무유기’ 우병우 사전구속영장 청구
입력 2017-02-19 18:38 수정 2017-02-19 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