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결정 다가오면서 주말 집회 절정

입력 2017-02-19 18:40 수정 2017-02-19 21:40
18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16차 박근혜 퇴진 광주시국 촛불대회’에서 시민들이 피켓과 촛불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의 조속한 탄핵과 특검 기간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왼쪽). 1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13차 탄핵 반대 태극기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기각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다음날 전국에서 촛불집회가 열렸다. 강추위 속에서도 꿋꿋이 촛불을 밝힌 시민들은 특별검사팀 수사 종료(28일)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 종결(24일)을 앞두고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를 다졌다.

‘박근혜정권 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황교안 즉각 퇴진, 특검 연장, 공범자 구속을 위한 16차 범국민행동’에 80만명, 지방에서 4만4860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여섯 번째 집회에 참석했다는 문모(54)씨는 “국민 뜻을 모르고 시간 타령만 하면서 특검 연장을 차일피일 미루는 황교안 총리의 태도에 또 한번 분노를 느낀다”며 “대통령 권한대행답게 민심을 헤아리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특검을 연장하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회장 구속에도 관심이 컸다. 서울에 사는 주부 민모(49)씨는 “이재용 구속은 촛불의 힘”이라며 “삼성이란 대기업 총수도 촛불로 재판장에 나오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대통령도 하루빨리 탄핵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도 오산에서 온 박춘희(49·여)씨는 “이재용 구속으로 우리 경제가 더 나빠질 거란 얘기는 말 같지도 않은 얘기”라며 “국가 이미지가 깨끗해지면 경제가 오히려 더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고정석(52)씨는 “삼성이 망한다고 나라가 망하는 게 아니라 역사가 잘못될 때 나라가 망하는 것”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가족과 집회에 참석한 이용삼(39)씨는 “탄핵이 안 된다면 허무주의, 패배주의가 생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집회에 세 번째 왔다는 김기태(75)씨는 “이번에 탄핵이 안 되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몇 십년 후퇴될 것”이라며 반드시 탄핵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회는 오후 4시30분부터 시작돼 시민 자유발언, 공연이 이어졌다. 퇴진행동은 ‘조기탄핵! 특검연장!’이 적힌 빨간색 종이를 미리 나눠줬다. 오후 7시35분쯤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참석자들은 휴대전화 플래시, 촛불 등으로 종이 뒷면을 비췄다. 수많은 종이가 빛을 발하면서 광화문광장은 붉은 물결로 뒤덮였다. 대통령에게 퇴장의 레드카드를 보낸다는 의미였다.

오후 8시 전후로는 청와대, 헌법재판소, 종로 일대 현대차-SK-롯데 등 대기업 사옥 방면으로 행진이 시작됐다. 경찰과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퇴진행동은 오는 25일 전국 집중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다음달 1일에도 대규모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앞서 오후 2시에는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태극기집회’가 대규모로 열렸다. 집회 주최 측인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국민저항본부’를 발족했다. 태극기를 든 인파는 시청 앞부터 남대문까지 뻗어갔다. 집회 측은 25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집회에는 ‘종북 좌파, 인명진 아웃’ ‘계엄령이 답, 계엄령뿐’ 등의 피켓이 등장했다.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도 비판하며 군대가 나서서 박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태극기집회에선 이 부회장 구속도 비판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온 박병찬(76)씨는 “이재용은 도주의 우려가 없는데 왜 잡아넣는지 모르겠다”며 “삼성 총수를 구속하는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무너뜨리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김두영(25)씨는 “불구속 수사가 충분히 가능한데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두 집회는 대체로 충돌 없이 끝났다. 태극기집회에 참가했다가 귀가하던 최모(63)씨가 오후 11시20분쯤 같은 버스에 타고 있던 촛불집회 참가자에게 욕설을 하고 때린 혐의(폭행 등)로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