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北내부서도 확산

입력 2017-02-19 18:29 수정 2017-02-19 21:24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가 17일 쿠알라룸푸르 병원 영안실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강 대사는 김정남 부검 결과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AP뉴시스

김정남 피살 소식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도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내에선 김정남의 존재 자체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피살 소식이 전파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내에서 며칠 전부터 ‘김정일 총서기 아들이 평양의 지시로 살해당했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가 돌기 시작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이어 “(북한 내) 휴대전화가 370만대이니 어느 정도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가 17일 밤 돌연 기자회견을 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해석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 내 동요를 억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김정남 피살 사건 보도 이후에도 북한 관영 매체는 침묵을 이어오고 있다. 김씨 일가 관련 사항이 워낙 극비인 데다 관영 매체가 보도를 하지 않으면서 관련 내용 역시 북한 일반인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6일 북한 양강도 소식통을 인용해 “주민들은 물론 지방당 간부들도 모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남성 용의자 국적이 모두 북한으로 확인되는 등 ‘북한 배후설’이 확실해지자 북한 내부에서도 이 소식이 신빙성 있게 전파되는 것으로 관측된다. 교역을 위해 중국을 드나드는 북한 관계자나 탈북자 등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이 사건이 확산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는 실시간으로 관련 소식 전달이 가능하다. 캐나다의 소셜미디어 관리 플랫폼 훗스위트 등은 지난달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가 377만3420명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북한 전체 인구의 15% 수준이다.

북한 내에서 사상교육이나 행사 등을 통해 주민 다잡기를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 전문가는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몸을 낮춰 자책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그만큼 여론을 신경 쓴다는 의미”라며 “동생이 형을 죽였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인 내용인 만큼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