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충남 천안시 병천면 백석연수원. 대강당 문을 열고 들어가자 300여명의 학생들이 숨을 죽인 채 앉아 있었다. 이들은 아무런 말도 미동도 없이 오직 한 가지, 성경 읽기에만 집중했다. 1.4배 속도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낭독을 들으며 눈으로 빠르게 읽어나갔다.
낭독중인 부분은 신약성경 누가복음 9장. 예수께서 12제자를 파송하는 내용이었다. 학생들은 볼펜으로 해당 구절을 짚은 채 밑줄 치듯 움직였다. 성경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읽는 이도 있었고 책받침대에 올려놓고 읽는 학생들도 보였다. 점심식사 직후였지만 아무도 졸지 않았다. 통독 이후엔 성경통독원 조병호 목사의 강의가 이어졌다. 신·구약 성경의 배경이 되는 당시 제국에 대한 강의였다.
학생들이 앉은 테이블 옆에는 가로 세로 각각 1m 크기의 정사각형 방석이 세워져 있었다. 매일 아침과 저녁으로 1시간씩 진행되는 ‘무릎기도회’를 위한 도구였다. 학생들은 기도시간이 되면 의자에서 내려와 방석 위에 무릎을 꿇고 기도에 전념했다. 신학공부를 위한 의탁과 서로를 향한 중보였다. 강당 전면 플래카드에는 ‘너 기도자여!’라는 글씨가 선명했다.
백석대 신학대학원(원장 임원택 교수) 신입생 영성수련회의 한 장면이다. 백석대 신대원은 지난 7일 남성 166명, 여성 131명 등 총 297명의 신입생을 대상으로 수련회를 개최했다. 학생들은 모두 목회학 석사과정(MDiv) 입학생으로 장차 목회자나 선교사가 될 후보생들이다.
수련회 기간은 총 12일. 국내 신대원 신입생 수련회로는 최장 기간이다. 이 기간 동안 신입생 전원이 성경을 통독 한다. 오전 6시 새벽부흥집회를 시작으로 기도회와 성경통독, 강의, 합심기도, 저녁부흥집회, 기도회 등으로 하루를 보낸다. 취침 시간은 자정쯤이다.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기도와 말씀으로 점철된다. 수련회에는 신대원 교수들도 전원 참석한다. 이들은 수련회 기간 학생들과 수시로 만나 교제하고 상담한다. 15일 오후 성경통독 시간에는 백석학원 설립자 장종현 목사도 참석해 성경을 읽고 있었다.
백석대 신대원이 이 같은 영성 수련회를 도입한 것은 6년 전부터다. 단순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차원을 넘어 학생들이 하루 종일 기도와 말씀에 전념해 영적 능력으로 신학 공부에 임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임원택 신대원장은 “백석대가 표방하는 개혁주의생명신학의 방법론은 말씀과 기도를 강조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며 “신입생 수련회는 이를 위한 첫 단추”라고 말했다. 주도홍 백석대 교목부총장도 “학생들은 2주간의 훈련을 통해 소명감으로 무장하게 된다”며 “빡빡하지만 알찬 수련회를 마친 다음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의 태도는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신입생 문유미(25·여)씨는 “오후에 누가복음 마지막 부분을 읽었다. 수련회 첫날 창세기 1장 1절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그저 놀라울 뿐”이라며 “사역자에겐 말씀과 기도밖에 없다는 것을 실제로 경험한 시간이었다. 학교에 대한 첫인상이 강하게 각인됐다”고 말했다. 박상원(34)씨도 “짧은 시간에 성경 전체를 읽으며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며 “본격적인 신학 공부에 앞서 귀하고 값진 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감격해했다.
천안=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온종일 읽고 기도… 12일만에 성경 통독
입력 2017-02-2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