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 사건 배후에 북한 당국이 있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지난 13일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2명의 여성으로부터 독극물 테러를 당해 숨진 지 6일 만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암살을 사주한 혐의로 검거된 용의자 이정철을 북한 정찰총국 소속 비밀요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의 아파트는 2011년부터 북한 공작원들의 은신처로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도주한 남성 용의자들의 신원도 공개하며 모두 북한 국적자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경찰의 중간수사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김정남 암살 사건은 북한 당국에 의해 저질러졌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번 일을 북한 정찰총국이 기획하고 사주한 것으로 최종 확정될 경우 말레이시아 정부는 물론이고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도 나서서 김정은과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철저하게 물어야 할 것이다. 김정남 암살 사건은 핵, 미사일 도발과는 차원이 다른 반인륜적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우선 다른 국가들에 비해 그간 북한과 우호적 관계를 맺어온 말레이시아 정부가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 동남아시아의 허브 역할을 해온 말레이시아는 백주대낮에 국제공항에서 외국인이 독극물 청부살인을 당하는 치욕적인 수모를 겪었다. 암살 사건의 피해 당사국으로 북한 당국에 엄중 항의하고 적절한 조처를 요구해야 한다. 도주한 용의자들의 신병도 인도받아 자국 법에 따라 엄벌해야 한다. 북한과의 외교관계도 재검토해야 된다. 과거 아웅산 폭탄 테러 당시 미얀마는 북한과 외교관계를 오랫동안 단절하기까지 했다.
둘째 최종 책임자인 김정은에 대한 단죄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을 겨냥한 암살 실행은 북한 최고지도자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 유엔과 국제사회는 김정은을 반인권 범죄의 책임을 물어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해야 한다. 김정은은 이미 고모부인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을 비롯해 군 장성과 당 고위 관료를 무자비하게 처형했다. 또 정치범수용소에는 수많은 북한 주민이 고문과 학대에 시달리고 있다. 그를 ICC 법정에 세울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김정남 독살 보고서’를 작성·제출하고 국제사회는 이를 토대로 김정은의 반인권 범죄를 응징해야 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도 논의돼야 한다. 미국 의회에서도 이번 암살 사건을 계기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정부는 1987년 KAL기 폭파 사건 이후 20년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 오다 2008년 명단에서 제외한 바 있다. 독극물 테러까지 일삼는 김정은 정권의 실체가 재차 확인된 이상 재지정이 타당하다.
[사설] 김정은 국제형사재판소에 세워라
입력 2017-02-19 17:28 수정 2017-02-19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