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선교사는 경기지역 중간규모 병원 원목 사역자로 활동하면서 턱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다. 수술을 앞둔 중환자 병실을 방문해 복음으로 마음의 불안함을 사라지게 하고, 회복실에선 불투명한 미래를 맞이한 환자들에게 다시 예수님의 말씀을 전한다. 기독교도인 환자들의 입원실에 찾아가 병실 예배, 일요일 성도들을 모아 드리는 주일예배 준비도 해야 한다. 바쁘게 하루가 돌아가고 매일 피곤함에 녹초가 되지만, 그가 받는 '월 사례비'는 100만원 남짓. 목회가 취직은 아니지만, 거의 '열정 페이'나 다름없는 삶을 살아간다.
병원선교 활동에 나서는 원목들이 기초생활수급자보다도 못한 경제적 곤궁에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 원목 10명 가운데 7명이 100만원 미만의 ‘월 사례비’를 받고 있는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원목협회(이사장 유기성 목사)가 전국 각지의 병원에서 활동 중인 원목 115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이 조사에서 ‘월 사례비가 얼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4.6%가 ‘50만∼100만원’이라고 답했고, ‘30만∼50만원’이 19.2%, 30만원 미만이 15.4%였다. 원목들의 월 사례비는 병원 또는 파송교단 측에서 봉사비 명목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조사결과를 분석해보면 50만원 미만의 월 사례비를 받는 목회자가 34.6%로, 4인 가족은커녕 성인 한명도 겨우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의 처우를 받는 셈이다.
월 사례비로는 전혀 생활을 할 수가 없는 상황에 처한 원목들은 생활비 상당 부분을 가족들로부터 보조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 또는 자녀가 분담한다’는 응답이 60.4%에 달했으며, 연금과 저축(23.6%), 기초노령연금(8.5), 사역 이외의 부업(7.5%) 순이었다.
현재 국내의 300여개 병원에는 목사 전도사 등 목회자들이 원목으로 사역 중이며, 이들 대다수는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환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일부 기독교계 병원이나 대형 병원 등에서는 원목에게 필요충분한 급여와 정식 직원 신분을 제공하지만, 나머지 중간 규모 이하의 병원에선 전혀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실태조사에서 교단이나 선교회의 파송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78.3%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재정지원이 확실한 교단의 파송을 받았다는 원목은 7.8%에 불과했다. 병원 직원으로 등록됐다고 답한 사람도 9.8%였을 뿐이다. 나머지는 군소 선교회 파송이다. 단독으로 활동하는 원목도 30.4%에 달했다.
원목의 병원 내 역할은 너무나 다양하다. 치료팀 일원으로 환자 치유에 참여해야 하며, 임종 직전의 환자에겐 24시간 호스피스 활동도 해야 한다. 또 환자 심방과 상담, 정기예배 병실예배 절기잔치 특별행사 등 다른 프로그램도 많다.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원목사역자 1인의 주간 입원환자 방문 수는 50명 이상이 37.0%이었고, 100명 이상이 34.0%, 200명 이상 19.0%였으며 500명 이상이나 된다는 응답자도 10.0%나 됐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원목들은 선교의 열매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목 사역자 1인의 월간 평균 결신자 수’는 ‘5명 이하’가 43.3%, ‘5∼10명’은 41.3%, ‘30∼50명’은 15.4%였다. 일반 교회의 결신자 평균치와 비교해보면 원목들의 선교 결실이 훨씬 훌륭하다는 게 확인된다.
글=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10명 중 7명 “月 사례비 100만원 미만”… 환자 불안 치유하는 병원 원목, 더 불안한 사역기반
입력 2017-02-2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