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낭보 전했지만 ‘불륜 배우’ 주홍글씨… 냉랭한 시선

입력 2017-02-19 18:36 수정 2017-02-19 21:41
배우 김민희가 18일(현지시간) 제67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뒤 은곰상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지난 16일 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한 홍상수 감독(왼쪽)과 김민희의 모습. AP뉴시스, 현지 생중계 화면 캡처

배우 김민희(35)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홍상수(57) 감독의 작품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통해서다. 하지만 김민희와 홍 감독은 불륜 행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물들이어서 대중의 시선이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제67회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단은 18일(이하 현지시간) 여우주연상 수상자를 김민희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배우가 세계 3대 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건 2007년 ‘밀양’으로 ‘칸의 여왕’ 자리에 오른 전도연(44) 이후 10년 만이다. 1987년에는 강수연(51)이 ‘씨받이’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은 최고상인 황금곰상(작품상)을 잇는 은곰상 부문의 여러 분야 중 하나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홍 감독의 19번째 장편 영화다. 유부남 영화감독과 사랑에 빠진 여배우 영희가 지인들을 만나 인생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얼개를 띠고 있다. 영화의 스토리가 김민희와 홍 감독의 실제 관계와 포개지는 부분이 적지 않아서 제작 단계부터 눈길을 끌었다.

홍 감독은 미국 유학 시절 만난 A씨와 95년 결혼해 슬하에 딸 한 명을 둔 유부남이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김민희와의 불륜 사실이 들통 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급기야 그는 A씨를 상대로 이혼조정을 신청했다. 현재 이들 부부는 이혼조정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정식 재판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륜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됐지만 홍 감독과 김민희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두 사람이 공식 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16일 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와 기자회견을 통해서였다. 둘은 주변 시선에 개의치 않겠다는 듯 보란 듯이 다정한 모습을 취했다. 홍 감독은 “나랑 김민희는 매우 가까운 사이”라며 “(영화에는) 김민희의 대사와 홍상수의 대사가 혼합돼 있다”고 말했다.

김민희는 수상이 결정되자 “감독님을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밝혔다. 그는 “누군가에게는 이 영화가 깊은 울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제에서 별처럼 빛나는 환희를 선물받았다”며 울먹였다.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는 “좋은 감독과 좋은 작품을 하는 것이 영광”이라고 말했다. “(영희를 연기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진짜 사랑을 찾으려는 모습이었다”고도 했다.

김민희의 베를린영화제 수상은 한국영화의 쾌거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온라인상에는 사회적인 통념에 반하는 김민희와 홍 감독의 관계 탓에 두 사람을 질타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관련 기사 댓글란에 “스캔들이랑 영화 내용이랑 똑같네”라고 비꼬았다. 또 다른 네티즌은 “예술을 이용해 면죄부 얻으려고 하지 마라”고 적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두 사람이 그동안 대중 앞에서 불륜 사실을 인정하기보다는 도피 행각을 벌이는 등 잘못된 ‘태도’를 보여줬다”며 “영화제 수상을 계기로 불륜이 정당화돼서는 안 된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황금곰상은 헝가리 출신 일리코 엔예디 감독의 ‘온 바디 앤드 소울(On Body and Soul)’에 돌아갔다. 남우주연상은 독일·노르웨이 합작 영화 ‘헬레 내히테(Helle Naechte)’에서 열연한 게오르크 프리드리히가 수상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