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협회 회원 70%가 ‘미(未)자립’ 상태지만 병원목회를 통해 주님을 영접하는 이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교단은 원목 사역자를 선교사로 인정하고 파송과 재정지원을 해 줘야 합니다. 병원도 원목을 전인치유의 팀원으로 인정해주길 바랍니다.”
인천시 연수구 인천적십자병원 원목 김영림(68) 목사는 일부 기독병원과 대형병원의 원목을 제외한 70%가량의 원목들이 미자립 상태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원목협회 회원 실태조사를 담당한 김 목사를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에서 만났다.
김 목사는 2006년 백석대에서 ‘병원 원목 사역의 정착을 위한 유형별 분석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4년 한국원목협회 회장 재임 시 ‘한국 원목협회 50년사’(1963∼2013) 편찬위원장도 역임했다.
김 목사는 먼저 “한국 선교의 토양은 병원선교”라고 힘줘 말했다. 1884년 알렌 선교사가 미국공사관의 공의(公醫) 신분으로 조선에 와 의술을 베풀며 전도의 문을 열었다는 것이다. “알렌이 고종에게 제중원 설립 허가를 받은 후부터 북미와 유럽 각국의 의료선교사들이 들어와 기독교정신으로 환자를 돌보고 복음을 전했습니다.”
김 목사는 기독교 초창기 의료선교가 한국교회 부흥의 원동력이었던 점을 잊지 말고, 한국교회가 병원 목회에 애정과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병원 목회가 바로 지역교회를 위한 사역이란 인식을 교단과 교계가 분명하게 가져야 한다”며 “원목 활동은 환우들을 전도하고 영적 돌봄을 주는 것 뿐 아니라 지역교회로도 안내한다”고 했다. 이어 “원목을 병원에 파송한 지역교회의 선교사로 생각하고 충분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또 입원 환자 가운데 20%가량이 기독인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단지 예수님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는 게 아니라, 성도인 환자들의 신앙을 더욱 견고해지게 돕는 일도 원목이 하는 역할이라는 말이다. 아울러 “환자가 출석하는 교회에서 심방을 오지만 환자를 위한 지속적인 영적 돌봄이 쉽지 않다”며 “차라리 지역교회가 원목을 지원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했다.
지금까지는 기독교가 병원선교의 선두주자였지만, 지금은 타종교와 이단 종파의 도전을 받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는 원목 사역자 자신도 각자의 병원 상황에 맞는 맞춤형 선교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병원 직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병원 유형에 따라 환자들의 전인치유를 돕는 원목활동을 감당해야 합니다. 환자 의료진 직원과 협력해 복음을 전하는 전략도 세워야 합니다.”
김 목사는 1981년 성결교단에서 목사안수를 받고 인천적십자병원 원목으로 파송됐다. 오랜 원목 경험을 가진 그는 “원목이 되고자 하는 목회 후보생들을 교단 차원에서 병원 선교사로 파송하고, 지역교회가 연합해 병원선교를 지원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원목 70%, 미자립 상태 고군분투… 교단·지역교회 실질적 지원 절실”
입력 2017-02-20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