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은 젊어 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이 ‘시지포스’의 의무에서 해방되어야 합니다. 저는 안티-안티에이징을 주장합니다.”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의 김영옥(59·사진) 대표는 늙지 않고 젊게 살고 싶어 모두들 관심을 쏟는 안티-에이징을 반대한다고 했다. 최근 ‘노년은 아름다워’(도서출판 서해문집)를 출간한 김씨를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아모레퍼시픽재단의 ‘아시아의 미’ 시리즈 중 제5권으로 기획된 이 책에서 김씨는 당당하게 사는 노년들의 옹골찬 삶을 소개하고 있다. 78세에 자서전을 쓰고 있는 최영선, 30년간 미국에서 건축사업가로 일하다 말년에 상주 시골집에서 연재소설을 쓰는 김담, 은퇴와 함께 아내와 헤어진 뒤 아흔이 넘은 노모를 모시고 살며 여행으로 자유를 만끽하는 이영욱,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을 10여 년간 이끌어온 밀양 할매들….
김씨가 책에 소개한 이들은 ‘젊어야 아름답다’는 뷰티산업의 계략, ‘소비능력이 있어야 존엄하다’는 자본주의 논리, ‘사회적으로 유익한 활동을 해야 의미 있다’는 유사 공공성 논리에 강요당하지 않고 자기답게 사는 노년들이다. 한마디로 나이듦에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사는 노인들이다.
김씨는 “미학에선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야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본다”면서 “자기답게 살아온 그 분들의 자글자글 주름진 얼굴은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안티 에이징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고도 아름다운 노년이 된다는 것은 솔깃한 말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를 그에게 물었다. 그는 이 답을 찾기 위해 ‘옥희살롱’을 열었다고 했다. 지난 4일 창립총회를 갖고 공식 출범한 옥희살롱은 ‘존엄하게 나이들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페미니스트 연구소’다. 그는 “나이듦이 노년뿐 아니라 모든 세대의 의제라는 점에서 생애문화연구소라고 했고, 누구나 편하게 찾아오라는 뜻에서 흔한 여자 아이의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그는 우선 아름다운 노후를 위한 준비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노후에 인간답게 살아갈만한 경제력 확보, 둘째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벗, 그리고 노년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돈과 벗은 노후준비를 위한 모범답안으로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항목이다.
김씨는 “30대부터 노년에 대해 생각하면 생의 유한성을 깨닫게 돼 삶이 달라지고, 주변의 노인들도 다시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 또는 ‘젊어 보인다’는 그만큼 철이 덜 들었다는 것이니 칭찬이 아니라 욕이 아니겠느냐” 면서 “‘제 나이로 보고, 제 나이로 보이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싶다”고 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 And 라이프] ‘옥희살롱’ 김영옥 대표 “제 나이로 보여야 아름답습니다”
입력 2017-02-19 18:57 수정 2017-02-19 2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