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남자가 테이블에 둘러앉아 1시간 반 동안 문제만 푼다. 전문 예능인이 출연하지도 않는다. MC 전현무조차 “파일럿(시험방송)으로 끝날 줄 알았다”던 프로그램. 그러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2년째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기어코 100회를 맞았다. tvN ‘뇌섹시대-문제적남자’(이하 ‘문제적남자’) 얘기다.
2015년 2월 26일 첫 방송을 시작한 ‘문제적남자’는 19일 100회 특집을 내보냈다. 이날 방송에는 각계각층 시청자들이 게스트로 출연해 의미를 더했다. 앞서 지난 16일 열린 2주년 및 1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지석은 “그동안 정말 많은 게스트 분들이 나와 주셨지만 100회 특집에 함께했던 시청자 분들이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여러모로 도전적인 프로그램이었다. 예능인데 굳이 웃기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출연자가 주어진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진득하게 카메라에 담아낼 뿐이다. 예능 경험이 거의 없는 배우 하석진·김지석, 밴드 페퍼톤스 멤버 이장원, 그룹 블락비 멤버 박경, 미국 출신 방송인 타일러 라쉬가 출연진의 전부다. 이들의 공통점은 뇌가 ‘섹시’하다는 것밖에 없다.
“점점 촬영이 편해지다 보니 배우라는 본업 이외에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돼 좋습니다.”(하석진) “13년째 음악을 하고 있는데 TV에 나오니까 이제야 동네 분들이 알아보시더라요. 하하.”(이장원) “자기 의견을 소신 있고 지혜롭게 표현하는 게 진짜 섹시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매주 제 이야기를 후회 없이 하고 있는 것 같아 즐거워요.”(김지석)
출연자의 고(高) 학벌, 고 아이큐, 고 스펙을 강조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초반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그러나 문제풀이 과정에 시청자를 적극 동참시키면서 점차 공감대를 쌓아갔다. 시청자와 출연자가 함께 미션을 수행해나가는 느낌이 차별화된 재미로 다가왔다. 출연진은 제각기 예능적인 캐릭터를 입고 살아났다. 매주 일요일 밤 11시 방송되는 프로그램은 단단한 고정 시청층을 바탕으로 매회 2∼3%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문제를 각자 혼자 푸는 게 아니에요. 시청자들과 같이 풀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부담감을 느낄 필요가 없겠더라고요.”(타일러) “‘문제적남자’가 오래오래 가서 ‘무한도전’ 같은 (장수)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박경)
이근찬 PD는 프로그램 인기 이유에 대해 “매주 목요일 진행되는 녹화마다 출연진 모두가 진심으로 즐겁게 임하고 있다. 그 꾸밈없는 모습이 시청자에게 전달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다. 하지만 지금 당장 200회, 300회를 내다보기보다 한 주 한 주 시청자들에게 어떤 재미를 줄지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문제적 남자’ 뇌가 섹시한 남자들과 함께한 2년
입력 2017-02-19 18:27 수정 2017-02-20 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