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새벽 서울구치소 교도관이 독방(독거실)에 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구속영장 발부 사실을 통지했다. 황토색 수의 차림의 이 부회장은 아무 말 없이 덤덤하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는 전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은 뒤 오후 9시쯤 구치소에 입소해 독방에서 밤새 대기했다.
이 부회장은 다른 수용자들과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 등 입소 절차를 거쳤다. 수용복과 함께 모포, 세면도구, 수건, 플라스틱 수저, 끈 없는 운동화 등 신입 수용자용 기본 물품이 지급됐다. 구치소 관계자는 “삼성 오너라도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처우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6.56㎡(약 1.9평)짜리 독방에서 수감생활을 한다. 서울 한남동 자택(992㎡) 150분의 1 크기도 안 되는 공간에 화장실과 세면대, 선반이 설치돼 있고 접이식 매트리스, 1인용 책상 겸 밥상 등이 갖춰져 있다. 바닥에는 전기 열선이 들어간 난방 패널이 깔려 있다. 17인치 TV도 있지만 채널 선택권은 없다. 교정본부 교화방송센터가 드라마, 쇼 프로그램 등을 선별해 내보내는 한 개의 채널만 볼 수 있다.
식사는 구치소 영양사가 짠 식단에 따라 1식 3∼4찬과 국이 방으로 제공되는데 한 끼 식사에 배정된 예산은 1400여원이다. 식사 후 식판과 수저는 이 부회장이 방 안에서 직접 설거지해야 한다. 미결수 신분이라 작업에 투입되지는 않으며, 하루 1시간가량의 운동시간이 허용되며 변호사·가족 등 접견이 있을 때 독방 밖으로 나올 수 있다. 서울구치소에는 최순실씨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국정농단 주역들이 먼저 입소해 생활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8일 1차 구속영장 심사 때 15시간 동안 감방살이를 체험한 뒤 주변사람들에게 “살면서 가장 길게 느껴진 하루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1.9평 독방서 잠못 이룬 이재용
입력 2017-02-18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