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가상의 작가 ‘미스터K’ 당신은 누구신가요?

입력 2017-02-19 17:38
동국대 조소과 출신인 이완 작가는 조각 설치 영상 등 잘 팔리지 않는 장르를 주로 해왔다. 오는 5월 베니스비엔날레를 앞두고 처음 시도한 회화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5월에 개최되는 2017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이대형 예술 감독(43·현대차 아트디렉터)은 함께할 작가로 코디 최(본명 최현주·56)와 이완(38) 두 사람을 선정했다. 그런데 1명이 더 있단다. 가상의 인물 ‘미스터 K’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313아트프로젝트에서 이완 작가의 개인전 ‘무의미한 것에 대한 성실한 태도’가 열리고 있다. 지난 16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오전에 베니스에 설치할 작품을 선적하고 오는 길”이라고 말했다.

출품작 중 하나인 ‘미스터 K’는 서울 중구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탄생했다. 황학동에서 옛 물건을 수집해 오던 그는 2012년 한 자개상자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1930년대 태어난 것으로 보이는 한 사람의 평생 사진이 수북이 있었다. 유년 시절과 졸업, 결혼과 자녀들, 그 자녀가 장성해 일군 가족들…. 작가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이승만 박정희 시대를 산 미스터 K를 “서구의 모던에 판타지를 가졌던 근대화 1세대”라고 정의했다.

이 감독은 비엔날레 공모에 응하기 전 함께할 작가로 이완을 접촉했다. 그로부터 미스터 K에 대해 들은 이 감독은 1980년대 생 작가와 1930년대 생 미스터 K의 중간 세대 작가를 찾았고, 미국에서 이민생활을 한 1960년대 생 코디 최를 낙점했다. 코디 최는 여행 자유화, 이민 등을 통해 서구문화를 직접 경험하며 문화 소화 불량에 걸렸던 2세대를, 이완은 서구 문화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할 수 있는 지금의 3세대를 의미한다. 세대를 달리한 세 인물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보여준다는 기획이다.

“개인 미스터 K의 경우 역시 황학동에서 수집한 대통령 관련 기록물, 즉 조선총독부 간행물, 대통령 임명장과 훈장, 친필 휘호, 시대적 기록물과 병렬 배치될 겁니다.”

이 작가는 “전시장은 벼룩시장 같은 분위기를 연출해 한국 사회의 복잡성이 전달되도록 할 것”이라며 “예술성 못지않게 역사적 사회적 시간수집적 관점에서 전시할 것”이라고 했다.

비엔날레에는 ‘메이드 인’ 시리즈도 나온다. 작가가 직접 아시아 12개국을 방문해 한 끼 에 필요한 쌀 설탕 젓가락 등을 만드는 체험을 영상으로 담은 작품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 나온 ‘프로퍼 타임(proper time·고유 시간)’ 개념에서 딴 신작도 있다. 그는 “즐거울 때와 벌 받을 때 체감하는 시간이 다른 것과 같다. 전 세계인을 인터뷰해 아침 식사 때의 기억을 묻고 이를 수치화한 작품”이라면서 “차이를 인정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조소과 출신인 그는 회화를 처음 선보인다. 고용한 노동자들에게 캔버스에 단색의 붓질을 하게 한 뒤 그 위에 작가가 낙서 같은 붓질을 가했다. 작품 제목대로 ‘무의미한 것에 성실한 태도’를 가지면 결국 사회 시스템이 제시하는 노동과 소비 구조에 길들여지는 몰개성시대가 도래한다는 경고를 담았다. 3월 10일까지(02-3446-3137).










글·사진=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