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가짜뉴스’ 독화살 대선 후보들은 아프다

입력 2017-02-18 05:00
왼쪽 사진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표창원 의원의 합성사진. 2015년 12월 표 의원이 문 전 대표에게 입당원서를 제출하는 사진인데, 입당원서 대신 박근혜 대통령 패러디 그림 ‘더러운 잠’을 합성했다. 트위터 캡처 / 오른쪽 사진은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명박 전 대통령, 이광재 전 지사(왼쪽부터)가 '여시재'에서 정치적 모의를 하고 있다는 근거로 제시된 사진. 그러나 이 사진은 2010년 충남 부여 백제문화단지에서 열린 '2010 세계 대백제전' 개막식에서 촬영된 것이다. 트위터 캡처
지난해 미국 대선을 휩쓸었던 ‘페이크 뉴스(가짜 뉴스)’가 우리 대선 정국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야권 후보를 향한 가짜 뉴스가 알려지지 않은 언론사 타이틀을 달고 퍼지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단골손님이다. 최근 보수층의 비판을 받았던 ‘더러운 잠’ 그림도 가짜 뉴스 소재로 등장했다. 전시회를 주최한 표창원 의원이 문 전 대표의 ‘1호 영입 인사’인 점을 이용했다. 문 전 대표와 표 의원이 2015년 12월 입당신청서를 주고받는 사진에 ‘더러운 잠’ 그림을 합성한 가짜 뉴스였다. 합성사진은 한 영남지역 인터넷 언론에 등장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나서서 경고문 게재 조치를 취했다. 문 전 대표는 한국은행 금 보유량(약 124t)보다 많은 200t 금괴 보유 루머에도 시달리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총선 직전 금괴 루머를 유포한 여성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고 이 여성은 집행유예 처벌을 받았다. 문 전 대표가 특전사 행정병 출신으로, 공수 기본훈련 외에는 특수작전을 수행한 적 없다는 뉴스도 등장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 측은 “행정병이었던 것은 맞지만 대부분 특수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서는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한 가짜 뉴스가 창궐하고 있다.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것은 안 지사의 30년 지기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부원장으로 있는 ‘여시재 싱크탱크설’이다. 안대희 전 대법관 등 보수 성향 인사가 이사로 활동 중인 여시재가 안 지사의 ‘대연정 싱크탱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대연정을 비롯해 ‘역대 정권 경제정책 계승’ 등 우클릭 발언들의 근거지가 여시재라는 해석이 곁들여졌다. 특히 안 지사, 이 전 지사,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함께 찍은 사진이 근거로 제시된다. 하지만 이 사진은 2010년 충남 부여에서 열린 ‘2010 세계 대백제전’ 개막식에서 찍은 것이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지난해 말 지지율 급상승 이후 허위 정보에 시달렸다. SNS상에서 이 시장이 2007년 열린우리당 분당 당시 탈당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괴롭혔다는 가짜 뉴스가 지속적으로 올라왔다. 이 시장은 2005년 가입해 현재까지 탈당한 적이 없다는 내용이 기록된 당적증명서까지 공개했다.

각 후보 캠프는 악의적 보도엔 법적 대응을 하고 있지만 뉴스 형식을 빌린 SNS 글에는 일일이 대응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17일 “다양화된 매체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보고 듣겠다는 유권자들의 심리가 겹치면서 가짜 뉴스의 영향력이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정보 생산, 유통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이번 대선 기간 가짜 뉴스가 더 늘 것으로 전망했다. 선관위가 2012년 대선과 지난해 총선에서 삭제 요청한 게시글은 각각 7159건, 1만7101건이었다. 이번 대선은 일정도 확정되기 전에 벌써 964건을 삭제 요청했다. 선관위는 현재 180여명 수준인 모니터링 요원을 선거 일정에 맞춰 증원할 예정이다.

글=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