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될 때에만 러시아와 협력하겠다며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틸러슨은 16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양자회담을 가졌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틸러슨 취임 후 첫 양국 외무장관 회담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미·러 간 첫 장관급 회동이다.
틸러슨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미국인에게 이익이 되는 실질적인 협력 분야를 찾게 될 때 러시아와 협력을 고려해보겠다”며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분야에서 미국은 미국과 동맹국의 이해와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틸러슨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가 민스크 협정(러·우크라이나 정전 협정)을 준수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폭력 수위를 낮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친(親)러시아 행보를 보여 온 트럼프와 달리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무조건 양보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라브로프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에서는 상호이해를 도모할 수 있고 공통부문이 넓어질수록 양국 관계도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며 관계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도 틸러슨과의 회동에서 “러시아와 관계는 필요하지만 매우 신중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틸러슨에게 “미국의 중동정책은 혼란스럽고 우려된다”며 쓴소리를 했다. 프랑스는 중동 분쟁 종식을 위해 이스라엘 옆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하는 방안인 2국가 해법을 지지해 왔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2국가 해법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동정책의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도 라브로프와 본에서 회동을 갖고 한반도 상황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 중국 외교부는 “양국은 지속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해 협력을 강화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해 협상과 대화 재개를 위한 새로운 노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6월 러시아를 방문하는 데 합의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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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러에 우크라 경고… 대러정책 일단 강하게
입력 2017-02-17 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