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외교관계가 없는 대만에서 미국대사관 역할을 하는 미국대만협회(AIT)에 미 해병대 병력이 배치될 것으로 보여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스티븐 영 전 미국대만협회(AIT) 회장은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의 대만 정책 관련 세미나에서 “미국이 AIT에 해병대 병력을 주둔시켜 보호책임을 맡길 것”이라며 “이는 미국이 대만 친구들에 대해 책임을 다하겠다는 상징”이라고 밝혔다. 2006∼2009년 AIT 대표를 지낸 그는 “그동안 해병대 파견을 강하게 주장해 왔는데 오늘에서야 실제로 이뤄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대만 중앙통신사는 전했다.
미국은 전 세계 148개 외교 공관에 해병대를 파견해 시설 보호 임무를 맡기고 있다. 대만과 1979년 단교한 이후 미국은 대만과 공식 외교관계가 없기 때문에 AIT에 해병대를 주둔시키지 못했다. 현재 대만 타이베이의 다안에 위치한 AIT는 올해 중반 타이베이 네이후에 신축 건물을 완공한 뒤 인력을 이동시킬 예정이다. 새 AIT 내에는 ‘해병대의 집(Marine House)’으로 불리는 건물이 들어설 계획이다. 이곳은 군 관련 인사들의 사교 센터 역할도 하게 된다.
대만 집권 민진당의 뤄즈정 국제사무부 주임은 “미국의 결정이 실행된다면 상징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면서 “안정적으로 성장 중인 대만과 미국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환구시보는 17일 “미국이 패권주의의 얼굴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왕젠민 연구원은 “미국의 이러한 조치는 미국과 대만 관계를 업그레이드하는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며 “중·미 관계를 크게 손상시키고 교착상태에 빠진 양안 관계에도 부정적인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바 있다. 후번량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해병대 파견 계획은) 미 행정부 대만 정책의 이중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대만 카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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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만카드’ 안 버렸나… 美 해병대, 대만 대표부 배치說
입력 2017-02-17 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