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리스크’는 주식시장을 꾸준히 위협해 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전에도 재계를 대표하는 재벌 총수들이 사법처리 대상에 오를 때마다 그룹 계열사 주가가 출렁였다.
오너 리스크(Owner Risk)란 지배주주 관련 사건 등이 기업 경영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통칭한다. 대개 지배주주가 경영실패나 위법행위로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없어질 때 오너 리스크는 극대화된다. 유달리 특정 일가에 경영권이 집중된 한국 재벌의 경우 그룹 총수의 위기는 곧 그룹 전체의 위기로 해석돼 왔다.
리스크가 극명하게 부각된 경우는 2006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속 당시다. 당시 현대차 주가는 구속영장 청구일로부터 한 달 뒤까지 17.13%나 폭락했다. 이후 2008년 최종 선고가 나기까지 외국인투자자들은 현대차 주식 2조729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불구속 기소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법리공방이 길어지면서 파장도 커진 사례다. 2011년 1월 기소 당일만 하더라도 계열사 주가는 1% 내외에서 움직였다. 그러나 3년 뒤 집행유예 확정 판결이 나기까지 한화생명과 한화케미칼 주가는 각각 11.11%, 52.01% 하락해 치명상을 입었다.
당장 삼성그룹 주가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0.42% 하락했다. 다만 과거 기업 총수들의 영장청구일 혹은 불구속기소 당일 그룹 대표주 주가흐름과 비교했을 때 낙폭은 두드러지지 않는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건이 장기적으로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의 업황이 나쁘지 않아서다. 2013년 이재현 CJ 회장 구속 당시 식품·엔터테인먼트 산업 성장이 겹치면서 계열사 주가는 외려 올랐던 바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재판과정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했지만 “IT 업황이 좋은 만큼 삼성전자 펀더멘털의 견조한 흐름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의 독립성 강화를 통해 오너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한국에서 오너 리스크가 만연한 건 ‘견제와 균형’이라는 기업지배구조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게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너 리스크는 꼭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이미 한국경제 전반에 엄중한 상황”이라면서 “경영자에게 주어진 권한만큼 책임을 추궁하도록 이사회나 주주총회가 내실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증시 ‘오너 리스크’ 역사… 정몽구 회장 구속 당시 현대차 주가 17% 폭락
입력 2017-02-18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