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1938년 창사 이래 총수가 구속된 건 처음이다. 오너 없이 회사가 운영된 적이 없어 삼성이 느끼는 위기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삼성이 비상경영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내부 분위기는 이보다 심각하다. 비상경영을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삼성이 올 스톱 상태라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16일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할 리더십이 없는 게 현재 상황”이라며 “(이 부회장의 공백은)실적, 주가 등 단기적인 수치로 이야기할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고 우려했다.
2인자 격인 최지성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서 위기를 수습하는 것도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최 부회장 역시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의 그룹 내 역할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삼성은 “가능성이 없다”며 일축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경우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20년 이상 일해 왔다. 반면 이 사장은 전자와 전혀 무관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게다가 삼성전자 지분도 없다. 삼성그룹 전체 매출 300조원 중 200조원을 차지할 정도로 삼성전자의 비중은 그룹 내에서 절대적이다.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로 경험도 지분도 없는 인사에게 경영을 맡기는 게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장단협의체를 중심으로 비상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서로 다른 사업을 하는 경영진이 만나서 조율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경영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점점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은 이 부회장 경영 공백이 장기화되면 중요한 투자나 인수·합병(M&A) 등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특히 걱정하고 있다. 변화와 부침이 심한 IT 업계에서는 속도를 주도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반도체, 스마트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현재 삼성전자가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사업도 지속적인 투자가 없으면 중국에 추격당할 위험이 높다. 또 장기적으로는 계열사 간에 사업 조정도 제대로 안 되면서 중복투자나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미래 먹거리 사업을 찾아내면 서로 자기가 하겠다고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3월로 예정된 갤럭시S8 공개 등 현재 계획돼 있는 사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 부회장 구속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가 악화되면서 실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사장단 및 임원 인사, 조직 개편, 신규 채용 등에 줄줄이 제동이 걸리면서 조직 사기나 업무 의욕도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은 부문별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현재 사업을 챙기면서 이 부회장이 조속히 경영에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앞으로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짧은 입장을 내놨다.
글=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삼성 올스톱 상태… “경영 시스템 붕괴 위기감”
입력 2017-02-18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