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비자금 얼마나 될까

입력 2017-02-18 00:02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피살된 후 그가 보유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비자금 규모와 행방을 둘러싸고 관측이 분분하다. 김정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전에 그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 책임자였으며 해외무역에도 깊이 관여했다. 여기에 2013년 장성택 처형 이후 그의 비자금까지 물려받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김정은의 이모인 고용숙은 2001년 미국 망명 직후 김정남의 비자금 규모를 미국 정보 당국에 진술했다. 고용숙은 김정남이 스위스 제네바의 북한은행인 ‘금별은행’에 1200만 유로(약 132억원·이하 당시 환율 기준), 싱가포르 소재 39호실 소속 은행과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각각 수천만 달러의 비자금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17일 “당시 북한의 해외사업을 김정남이 해왔다고 할 수 있다”면서 “김정은 집권 후 본국과 관계를 좋게 가져갈 수 없는 상황에서 자기 주머니를 따로 찼을 것이다. 또 본국의 비자금 등을 자기가 착복하거나 해서 정권과 마찰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장성택 처형 후 그의 비자금까지 김정남이 물려받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장성택은 김정은 정권 초기 중국 상무부장의 카운터파트로서 북·중 교역을 사실상 장악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가 2013년 말 전격 처형되면서 북·중 경협 라인도 갑자기 단절됐고 이 틈을 타 내부 사정을 비교적 잘 아는 김정남이 비자금을 가로챘을 것이라는 얘기다.

장성택의 비자금 규모는 구체적으로 확인된 적이 없다. 북한이 그를 처형할 때 내건 ‘죄행’을 통해 막연한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북한의 판결문에 따르면 장성택은 ‘양봉음위’(陽奉陰違·겉으로 복종하면서도 속으로 배반함) 외에도 석탄 등 지하자원을 외국에 망탕(마구) 팔아넘기는 경제범죄도 저질렀다. 석탄은 북·중 무역의 90%를 차지하는 중요 물자로, 북한은 장성택 재판이 이뤄진 2013년 한 해에만 중국에 13억8000만 달러(약 1조4600억원)어치를 수출했다. 장성택은 귀금속 거래에도 관여했다. 1980년대부터 자신만의 비밀기관을 만들어 놓고 은행에서 거액을 빼돌려 귀금속을 사들였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장성택은 ‘부화방탕한’ 생활을 했다. 2009년 한 해에만 ‘비밀 돈 창고’에서 460만 유로(약 83억원)를 탕진하고 외국 도박장에도 출입했다. 김정남이 이 비자금의 일부라도 입수했다면 해외도피 생활 정도는 충분히 지탱하고 남는다.

김정남 비자금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그가 막대한 부를 거머쥐었다면 피살 당시 저가항공을 이용하는 등 초라한 행색이 설명되지 않는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2005년 미 재무부의 BDA 제재로 통치자금이 차단되는 고통을 겪은 후 교훈을 얻어 국제금융을 열심히 공부했다.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김정남 돈줄 정도는 얼마든 끊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