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오키나와] 김상수 “신인으로 돌아가 경쟁 이겨낼 것” 강한울 “KIA 아닌 삼성의 강한울로 각인”

입력 2017-02-17 17:20

지난 16일 일본 오키나와 기노자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의 경기. 짬을 내 만난 삼성 라이온즈 유격수 김상수(27)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유니폼이 더러워져 있었다. 왕조를 구축했던 삼성은 지난해 9위라는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그 책임을 홀로 떠안고 있는 듯했다.

김상수에게 작년 상황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나도 믿기지가 않았다”며 “매번 우승했고, 좋은 성적을 냈는데 그렇게 떨어지니 실감도 안 났다”고 한숨을 쉬었다.

개인적으로 팬과 구단에 너무 죄송했다는 김상수는 “보여 주지 않아야 할 플레이를 너무 많이 보여 줬다”며 “내가 잘하는 주루플레이나 도루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김상수는 2014년 도루왕(53개)을 차지했고 2015년에도 26개나 했지만 지난 시즌엔 6개에 그쳤다.

이 때문에 김상수는 지난해 삼성이 최악의 시즌을 보냈을 때 비난의 중심에 있었다. 특히 그에게는 ‘류상수’라는 딱지가 따라 붙었다. 류중일 전 감독이 그를 무척 아꼈기 때문이었다. ‘대체 불가 선수’라며 부진할 때에도 그를 계속 기용했다. 팬들은 그가 류 감독의 양아들 같다며 그런 별명을 지어 줬다. 김상수는 “팬들께서 그렇게 부르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류 전 감독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김상수는 “류 전 감독님께서 나를 좋게 생각해 주셨다.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난 참 운이 좋은 선수”라고 전했다. 사실 삼성은 주전과 비주전간 전력차가 심하다. 김상수는 지난해 발목 부상을 입었지만 어쩔 수 없이 경기에 출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이제 류 전 감독이라는 우산이 사라졌다. 삼성은 올 시즌 김한수 감독 체제 아래에서 새롭게 시작한다. 김상수도 ‘경쟁’을 각오하고 있다. 그는 “신인으로 돌아가겠다. 우리 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다. 경쟁을 통해 살아남겠다”고 다짐했다. 자신감도 가득했다. 그는 “작년에는 나의 10%만 보여 드렸다. 올해는 100%를 보여 드리겠다. 지금 몸도 좋다”고 강조했다.

책임감도 무겁다. 김상수는 올해 주장으로 낙점 받았다. 10개 구단 중 20대 주장은 김상수가 유일하다. 김상수는 “개인적으로는 올해 아프지 않고 전 경기에 출장하는 것”이라며 “또 주장으로써 선수들을 잘 다독여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강한울(26)도 만났다. 그는 지난해 말 자유계약선수(FA) 100억원 시대를 연 최형우의 보상선수로 KIA 타이거즈에서 삼성으로 이적했다. 그는 “보상선수 지명됐을 때 놀라지 않았다.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에 대한 인상을 물어보자 “주축 선수 몇 명이 빠지긴 했지만 강팀으로 생각된다. 명문 팀이다”라고 전했다.

강한울은 지난해보다 더 잘 치기 위해 타격 자세를 바꾸고 있다. 특히 김 감독이 직접 자신을 지도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전에는 다리를 안 들고 쳤는데 지금은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한쪽 다리를 들고 치는 연습을 하고 있다. 타석에 들어서서 공을 기다릴 때 방망이를 들고 있는 위치도 조금 바꾸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한울은 “새로운 팀에 들어왔다. 이제 KIA의 강한울이 아니고 삼성의 강한울이라는 것을 팬들에게 각인 시키겠다”며 “열심히 해서 가을야구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오키나와=글·사진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