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겨울 축제인 2017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이 오는 19일부터 26일까지 8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이번 대회에선 총 31개국이 참가해 5개 종목(11개 세부 종목)에서 64개의 금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이번 대회 결과는 1년 뒤 2018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스타는 ‘빙속 여제’ 이상화다. 그는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과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를 잇따라 제패했다. 하지만 동계아시안게임 500m 금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07년 장춘 대회와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에서 은메달에 그쳤다.
이상화는 이번 대회에서 신흥 강호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일본의 31세 베테랑 고다이라 나오는 뒤늦게 전성기를 맞아 쾌속 질주하고 있다. 소치동계올림픽 이후 빙상 강국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난 고다이라는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그는 2016-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대회부터 5차대회까지 500m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최근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500m에서도 이상화를 따돌리고 우승했다.
이상화는 21일 열리는 500m 결선에서 고다이라와 자존심 대결을 벌인다. 지난해 11월 월드컵 1차 대회에서 종아리 근육 미세 파열 부상을 당한 이상화는 현재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에서는 이승훈과 김보름의 선전이 기대된다.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1만m 금메달, 5000m 은메달을 따낸 이승훈은 소치동계올림픽에선 팀 추월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이승훈은 지난 세계선수권대회 팀추월 경기 도중 넘어지면서 스케이트날에 정강이가 베이는 부상을 당해 8바늘을 꿰맸다. 이 때문에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린 5000m와 1만m, 팀추월, 매스스타트에 모두 나설지는 불확실하다. 지난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한 김보름은 여세를 몰아 이번 대회 매스스타트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3000m에도 출전해 2관왕에 도전한다.
쇼트트랙에선 한국과 중국의 스타들이 치열한 접전을 벌일 전망이다. 여자부 1000m 세계 랭킹 1위 최민정과 1500m 세계 랭킹 1위 심석희는 500m와 1000m, 1500m, 3000m 계주에 출전해 금메달을 사냥한다. 둘은 한국의 약세 종목인 500m에서 이변을 일으키겠다고 전의를 다지고 있다. 중국은 500m 랭킹 3위 판커신과 장·단거리에 모두 능한 한유통 등을 대항마로 내세웠다.
남자부에서는 한국의 베테랑 이정수와 서이라, 박세영 등이 우다징과 한티안유(중국) 등을 앞세운 중국을 견제한다.
‘동계 스포츠의 꽃’인 피겨에선 일본의 강세가 예상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일본 선수로는 우노 쇼마를 꼽을 수 있다. 그는 남자 싱글에서 하뉴 유즈루(일본), 하비어 페르난데스(스페인)에 이어 세계 랭킹 3위에 올라있는 실력파다. 지난해 4월엔 팀 챌린지컵에서 남자부 최초로 쿼드러플 플립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남자 싱글 세계 최강인 하뉴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대비해 2017 ISU 사대륙 대회에 출전한 대신 이번 대회에 불참한다. 이 때문에 우노는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의 김진서는 그동안 갈고 닦은 쿼드러플(공중 4회전)을 앞세워 우노의 아성에 도전한다. 김진서는 19일까지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리는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4대륙 대회)에서 컨디션을 점검한 뒤 이번 대회에 출전한다. 이준형도 출전해 메달을 노린다. 중국은 점프가 좋은 진보양과 얀한을 출전시킨다.
여자부에서는 여자 싱글 세계 랭킹 2위 미야하라 사토코가 부상으로 불참해 세계 랭킹 9위 혼고 리카가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한국 피겨 여자의 간판스타 박소연은 발목 골절상 후유증으로 출전을 포기했다. 4대륙 대회에 출전 중인 김나현도 오른쪽 발목과 허벅지 통증에 시달리고 있어 한국의 메달 전망은 어둡다. 남녀 싱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은 23일부터 26일까지 펼쳐진다.
글=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한·중·일 스타들 ‘얼음 위 삼국지’
입력 2017-02-18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