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은 어찌나 웃풍이 센지 입김이 나올 정도야.”
아파트같이 단열이나 난방이 잘되는 집에만 살아본 사람은 모르겠지만 아궁이에 불을 때는 옛날 집이나 시멘트블록, 벽돌로 지어진 주택에 거주해 본 이라면 알 것입니다. 겨울철에 천장, 벽 등으로 방에 스며드는 찬 기운을. ‘웃풍’입니다.
웃풍이 세면 아랫목은 따끈해도 옷을 하나 걸치고 있어야 할 만큼 방 안은 다소 서늘한 기운이 돌지요. 목마르면 마시려고 윗목에 둔 물그릇에 살얼음이 지고, 젖은 걸레가 밤새 살짝 얼 때도 있었습니다.
웃풍을 위풍, 윗풍, 외풍, 우풍이라고 하는 이들이 있는데 잘못입니다.
위풍은 위세가 있고 엄숙해 쉬이 범하기 힘든 풍채나 기세를 뜻하는데, 위풍당당(威風堂堂)처럼 쓰입니다. 윗풍은 물의 상류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지요.
외풍(外風)은 밖에서 들어오는 바람인데 웃풍과 달리 창호지가 찢어진 곳이나 열린 문틈 같은 데로 들어오는 바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찢어진 곳을 바르거나 문풍지를 덧대면 되겠지요. 외풍은 외국에서 들어온 풍속, 겉으로 드러난 풍채를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풍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요즘 “헌재나 특검은 외풍에 흔들리지 말고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외풍보다는 ‘외부에서 작용하는 힘’을 뜻하는 외력(外力)이 더 합당한 표현으로 보입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겨울철 방 안의 서늘한 기운 ‘웃풍’
입력 2017-02-18 04:03